노인돌봄비, 40년 뒤면 국방비 맞먹어…숨어있는 재정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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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노인돌봄지출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율이 소득의 1%에 육박함에도 노인돌봄 문제에 당면한 이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사회보험’이다. 원칙적으론 별개 제도임에도 보험료를 건강보험료와 합쳐 원천징수하다보니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지출이 급증하면서 그간 숨겨져 있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국민연금, 건강보험에 맞먹는 ‘재정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이대로면 약 40년 뒤인 2060년 연간 급여 지출액이 국방비와 맞먹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건보료에 가려진 ‘그림자 지출’
보험료율 5년간 두배 올랐지만
적자 메우려 투입된 돈만 23조
국비 받아도 3년 뒤엔 적자전환
재원확보 위해 ‘기금’ 설립 검토
“결국 국민세금 투입 … 조삼모사”
○국고 지원해도 2026년이면 적자 전환
국회예산정책처가 12일 발표한 ‘2023~2032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고령화 추세와 제도가 유지될 경우 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는 2026년부터 구조적 적자에 빠져 2031년이면 올해 3조8945억원에 달하는 누적준비금이 완전히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4조5637억원으로 예상되는 장기요양보험 지출액이 2032년 34조7291억원으로 10년 안에 2.4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준비금이 소진되는 2032년부턴 적자가 그대로 국가부채로 남는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예상한 2032년 적자 규모는 2조3299억원에 달한다. 국고 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료급여 부담금 등 총 10조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을 포함한 수치다. 이를 제외하고 순수 보험료 수입만 따지면 적자 규모는 12조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대한 희망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0년치 재정을 전망하면서 올해 소득 대비 0.91%인 보험료율이 최근 3년간 연평균 상승률인 2.93%씩 뛰어 2032년 1.18%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월 정부가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올해 7.09%인 건강보험료율을 동결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가정처럼 매년 보험료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장기요양보험 지출이 실제론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시대에 노인돌봄을 위한 가족과 정부의 역할분담’ 보고서에서 실질 인건비 상승과 가족 등을 통한 비공식 돌봄 감소 추세를 반영하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34%였던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2060년 1.86%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GDP의 2%대 초·중반 수준인 국방비 지출과 맞먹는 규모다. 보고서를 쓴 이영욱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비공식 돌봄이 현재의 노인돌봄 관련 재정 부담을 절감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비공식 돌봄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노인돌봄기금 설치 검토
장기요양보험 적자 전환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 내에선 증가하는 노인돌봄 재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노인돌봄 재원을 충당할 ‘노인돌봄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용역 연구 발주에 나섰다. 소비세를 재원으로 2014년 지역사회종합확보기금을 설치해 지방자치단체 주도 돌봄사업 재원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일본의 사례를 반영한 조치다.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예산(일반·특별회계)과 별도로 출연금, 부담금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기금이 만들어지면 신축적이고 신속하게 재원을 투입할 수 있고, 정부 재정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기금을 설치하더라도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어서 전체적인 부담엔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내국세의 40%에 달하는 재정이 지방으로 자동 이전되는 현행 교부금 체계를 손봐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