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 풀라인업, 年160만대 팔겠다"

中 출시 EV5, 2025년 한국 생산
SUV EV3·세단 EV4는 내년 출시
중국산 배터리 탑재, 가격 낮춰

2027년까지 전기차 15종 선보여
기아는 12일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2023 기아 EV 데이’를 열고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가운데 차량)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EV5 바로 왼쪽) 등이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EV5 왼쪽 차량은 중소형 전기 SUV EV3 콘셉트, 오른쪽 차량은 중소형 전기 세단 EV4 콘셉트. /기아 제공
기아가 올해 6월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은 4개월간 약 4200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 주력 차종의 한 달 판매량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론 비싼 가격이 꼽힌다. EV9은 보조금을 모두 받아도 실구매가가 7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풀옵션은 1억원에 육박한다.

기아가 12일 ‘2023 EV 데이’에서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것도 전기차 확산을 위해선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3만5000달러에서 5만달러 사이의 중소형 EV3·4·5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더 저렴한 엔트리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아는 3만달러부터 8만달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 15종을 2027년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전동화 차량 3종 공개

가장 먼저 중국에 선보이는 EV5는 두 가지 모델로 생산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현지 생산 모델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되는 한국 생산 모델이다. 기아의 앞선 두 전기차 EV6, EV9과 마찬가지로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하되 차체 크기를 줄이고 전륜구동을 택해 경제성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1열 벤치시트, V2L(전기차 배터리에서 전력망으로 송전) 기술 등 편의 기능과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중국에 먼저 선보인 뒤 국내엔 2025년 출시한다.

EV3와 EV4는 내년 초부터 순차 출시된다. EV4 콘셉트는 전면 후드부터 바짝 몸을 낮춘 듯한 날렵한 디자인으로 기존 세단과 차별화된 외관을 자랑했다. EV3엔 기아가 개발한 ‘생성형 AI 어시스턴트’가 최초로 적용된다.

기아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위해 배터리도 다양화했다. EV5는 중국산 모델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한국산 모델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된다. 두 가지 배터리 모두 중국 업체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물류비용까지 고려해도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것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하·충전 편의 강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기아가 주목한 두 번째 선결조건은 충전 인프라 확대다. 현대자동차·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충전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선 폭스바겐그룹, BMW그룹, 다임러 등과 결성한 ‘아이오니티’를 통해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7000기를 확충한다. 북미에선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6개 업체와 2030년까지 3만 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4분기부터 미국 판매 전기차엔 테슬라 충전 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적용해 슈퍼차저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의 이핏을 포함해 2025년까지 3500기의 충전기를 구축하고, 지역별로 다양한 사업자와 협업해 초고속 충전기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전기차 판매량을 올해 25만8000대에서 2030년 160만 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한국·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생산 거점을 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연기관차만 생산해온 인도 공장에서도 현지 전략형 엔트리급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

배성수/빈난새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