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유품서 발견된 침투 경로…"민간인 목표" 정황 포착
입력
수정
"민간인 인질로 협상" 계획 담긴 문건 발견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애초부터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을 목표로 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회당·유치원 위치도 표시…철저하게 준비한듯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숨진 하마스 전사의 시신에서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하려는 계획이 담긴 아랍어 문건을 발견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문서에 대해 조사 중이다.하마스 전사의 시신에서 발견된 14페이지 문서에는 2023년 6월 15일 날짜가 적혀 있다. 여기엔 가자지구 접경 지역인 메팔심 키부츠(농업 공동체)에 침투해 주민들을 인질로 잡는 계획이 담겼다. 마을 지도와 항공 촬영 사진도 있었다.
또한 문건에 따르면 이 작전은 5명으로 구성된 두 팀과 지휘관이 맡았다. 그들은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이 3~5분 내 도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건엔 적군과 협상을 위해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있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지난 7일 메팔심 키부츠는 하마스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키부츠는 성공적으로 반격해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주변 지역에선 많은 사상자들이 나왔다.전투에 참여한 이스라엘 의회 의원인 알모그 코헨은 한 무장군의 조끼에서 지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군중, 유대교 회당, 유치원 등이 있는 곳이 표시돼 있다"며 "지도에는 그들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추가적인 정보가 적혀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발견된 또 다른 지도에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인근 다른 마을들의 위치와 이름이 아랍어로 표시돼 있다. 또한 이스라엘 육군 장갑차 8종의 사진과 함께 차량을 공격할 위치와 어떤 폭발물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짧게 적혀 있다.
이스라엘 군 정보장교 출신인 텔아비브 대학의 마이클 밀슈테인 연구포럼 책임자는 "그들(하마스)은 목표물이 무엇이 될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과거 하마스가 했던 어떤 행동에도 이정도 수준의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이번 문건이 하마스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지면 민간인 학살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변인은 전날 이스라엘 남부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촉발된 전쟁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양측 사상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12일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00여명, 부상자는 3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141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를 더하면 1448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부상자는 6868명에 달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