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화들짝 깨어난 채권시장, 증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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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깨어난 채권시장>
연초 이후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경제권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장기금리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4% 아래에서 거래되던 미 국채 30년물이 어느새 5%에 근접하고 있고 10년물은 이미 작년 최고치를 돌파하여 4.8%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되는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도 급등하여 2.9%를 웃돌아 2011년 이래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 국채 인덱스는 이미 2007년 금융위기 직전의 최고치를 찍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패닉에 가까운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국채금리의 급등은 각국의 미국과의 대외 금리차를 확대하여 자본의 흐름을 미국으로 쏠리게 하였고 미 달러의 강세를 초래하였다.
지난 3년간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 10년물 금리가 세차례에 걸쳐 짧은 기간 100bp가량 계단식으로 급등한 경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 급등이 특별히 가팔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수준이 이번 급등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0년물 명목금리는 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 즉 실질금리와 나머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최근의 금리상승은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장기채권의 실질금리 상승은 미국경기가 2/4분기부터 재상승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데에도 기인하지만 30년물을 포함한 장기채권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는 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수준이 근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서 금리체제(Interest Rate Regime)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미 국채금리는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평가에 기준이 되는 무위험자산 수익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평가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위험자산 수익률의 상승은 위험자산의 미래 현금창출 기대치를 더 높은 할인율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반드시 지금 당장 급격한 위험자산 가격의 변화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금리가 한단계 상승하여 좀처럼 하락하지 않게 되면 가격변화의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금리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중립금리의 상승과 기간 프리미엄의 변화에 달려있다. 중립금리, “R*”, 즉 지나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수준으로 정의되는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도 인정하였듯이 중립금리를 실질적으로 측정하거나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중립금리는 통화정책 당국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정책금리의 긴축정도를 가늠케 하는 기준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자산 가치평가의 척도가 되는 지표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를 구조적으로 하락시켰던 주요 요인으로 인구 노령화에 따른 과잉저축(savings glut)과 기업부문의 투자 부진이 지목되곤 한다. 과잉저축은 채권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저성장과 금리의 구조적 하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과잉저축이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재정의 급격한 확대와 이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해소되었고 채권시장의 수요, 공급 균형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즉,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중립금리를 바로 측정할 수는 없으나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시장이 기대하는 장기 중립금리수준을 엿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미 국채금리 수익률 곡선에서 파생한 미 국채 10년물 10년 선도금리(10 year, 10 year Treasury forward rate)이다. 10년물 10년 선도금리는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장기 명목 중립금리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실질 중립금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도금리가 금융위기 이후의 하락 추세에서 급격히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중립금리의 상승에 더하여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간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의 증가, 지속되는 미국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량 급증, 그리고 중국, 중동, 일본의 미 국채 매입규모 감소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채권시장이 수급과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에 화들짝 깨어나며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KOSPI 밸류에이션은 올 1/4분기를 실적사이클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금리수준이 지속되며 세계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기업실적이 시장의 기대만큼 회복될 지 의문이다.
지난 9월에도 33만6000명이 신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나며 8월보다 더욱 과열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고용시장도 얼마나 더 활황세를 지속할 지 의문이다. 고용시장은 후행지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경제는 2007년 하반기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하였음에도 그해말까지도 신용채용이 지속되고 있었으나 2008년초부터에서는 정리해고가 급증하였다.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에서는 반전이 급격히 일어나곤 한다. 최근 가계소비의 척도가 되는 신용카드 지출액이 급락하고 있고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어 미국가계의 소비지출이 위축되기 시작한 시그널이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비위축이 현실화된다면 하반기 매출증가 속도가 급락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면서 실적의 반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2/4분기 실적에서도 KOSPI 수출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미국 가계의 상품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3/4분기 실적시즌이 막 시작되고 있다. 기대만큼의 실적이 나올 지 의문이다.
아직까지 미국 및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미국경제 연착륙과 수출 및 기업실적 반등이라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채권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금리상승의 여파로 인한 기업 수익률 및 실적전망 하락에 화들짝 놀라며 밸류에이션 패러다임 전환이 촉발될 것이다.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 / 성균관대 MBA 교수
<화들짝 깨어난 채권시장>
금리체제의 패러다임 변화 진행 중
8월 이후 전세계적으로 경기지표들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최근 두 달간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흐름을 명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내러티브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시장 흐름 속에서 특히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따라서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연초 이후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경제권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요국 장기금리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4% 아래에서 거래되던 미 국채 30년물이 어느새 5%에 근접하고 있고 10년물은 이미 작년 최고치를 돌파하여 4.8%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되는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도 급등하여 2.9%를 웃돌아 2011년 이래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 국채 인덱스는 이미 2007년 금융위기 직전의 최고치를 찍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패닉에 가까운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국채금리의 급등은 각국의 미국과의 대외 금리차를 확대하여 자본의 흐름을 미국으로 쏠리게 하였고 미 달러의 강세를 초래하였다.
지난 3년간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 10년물 금리가 세차례에 걸쳐 짧은 기간 100bp가량 계단식으로 급등한 경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 급등이 특별히 가팔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수준이 이번 급등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0년물 명목금리는 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 즉 실질금리와 나머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최근의 금리상승은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장기채권의 실질금리 상승은 미국경기가 2/4분기부터 재상승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데에도 기인하지만 30년물을 포함한 장기채권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는 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채권시장 화들짝 깨어나다
최근의 미 장기국채 금리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연준이 공격적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은 이미 18개월전이었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단기금리는 연준의 의도대로 급격히 상승하고 단기 채권가격은 급락하였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하지 않아 장단기 금리가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역전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연준의 긴축으로 멀지않아 하락할 것이며 금리는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리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지금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수준이 근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서 금리체제(Interest Rate Regime)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미 국채금리는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평가에 기준이 되는 무위험자산 수익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평가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위험자산 수익률의 상승은 위험자산의 미래 현금창출 기대치를 더 높은 할인율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반드시 지금 당장 급격한 위험자산 가격의 변화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금리가 한단계 상승하여 좀처럼 하락하지 않게 되면 가격변화의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금리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중립금리의 상승과 기간 프리미엄의 변화에 달려있다. 중립금리, “R*”, 즉 지나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수준으로 정의되는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도 인정하였듯이 중립금리를 실질적으로 측정하거나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중립금리는 통화정책 당국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정책금리의 긴축정도를 가늠케 하는 기준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자산 가치평가의 척도가 되는 지표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를 구조적으로 하락시켰던 주요 요인으로 인구 노령화에 따른 과잉저축(savings glut)과 기업부문의 투자 부진이 지목되곤 한다. 과잉저축은 채권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저성장과 금리의 구조적 하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과잉저축이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재정의 급격한 확대와 이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해소되었고 채권시장의 수요, 공급 균형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즉,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중립금리를 바로 측정할 수는 없으나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시장이 기대하는 장기 중립금리수준을 엿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미 국채금리 수익률 곡선에서 파생한 미 국채 10년물 10년 선도금리(10 year, 10 year Treasury forward rate)이다. 10년물 10년 선도금리는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장기 명목 중립금리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실질 중립금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도금리가 금융위기 이후의 하락 추세에서 급격히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중립금리의 상승에 더하여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간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의 증가, 지속되는 미국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량 급증, 그리고 중국, 중동, 일본의 미 국채 매입규모 감소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채권시장이 수급과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에 화들짝 깨어나며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깨어 날 주식시장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미 국채 금리체제의 근본적 변화는 무위험자산의 기대 수익률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물론, 밸류에이션은 가치평가의 즉각적 촉매제가 아니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화들짝 깨어난 것처럼 다른 위험자산시장도 늘 그래왔듯이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날 가능성이 높다. 낙관론이 대체적으로 지배하는 주식시장의 경우에 특히 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리수준의 근본적 상승은 주식 가치평가의 패러다임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현재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KOSPI 밸류에이션은 올 1/4분기를 실적사이클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기업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금리수준이 지속되며 세계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기업실적이 시장의 기대만큼 회복될 지 의문이다.
지난 9월에도 33만6000명이 신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나며 8월보다 더욱 과열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고용시장도 얼마나 더 활황세를 지속할 지 의문이다. 고용시장은 후행지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경제는 2007년 하반기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하였음에도 그해말까지도 신용채용이 지속되고 있었으나 2008년초부터에서는 정리해고가 급증하였다.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에서는 반전이 급격히 일어나곤 한다. 최근 가계소비의 척도가 되는 신용카드 지출액이 급락하고 있고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어 미국가계의 소비지출이 위축되기 시작한 시그널이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비위축이 현실화된다면 하반기 매출증가 속도가 급락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면서 실적의 반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2/4분기 실적에서도 KOSPI 수출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미국 가계의 상품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3/4분기 실적시즌이 막 시작되고 있다. 기대만큼의 실적이 나올 지 의문이다.
아직까지 미국 및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미국경제 연착륙과 수출 및 기업실적 반등이라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채권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금리상승의 여파로 인한 기업 수익률 및 실적전망 하락에 화들짝 놀라며 밸류에이션 패러다임 전환이 촉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