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 점령? 더 무서운 일 있다"…'닥터 둠' 경고

루비니 "현 유가, 중동 분쟁 확산 위험 미반영"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점령하면 상황 더 나빠져"
이란과 레바논 개입하면 원유 공급 중단 가능성도
이스라엘, 전쟁 자금 위해 2억 달러 채권 판매
월가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과 관련해서 “시장이 중동에서 대규모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루비니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말했다. 시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에 따른 잠재적인 경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그는“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점령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그러나 분쟁은 여전히 억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공격받고도 즉각적으로 지상전을 벌이지 않았는 데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중재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루비니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유가는 별 (상승)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하는 것 이상의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란과 레바논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비니 교수는 “그럴 경우 걸프만 원유 공급이 중단되고 유가가 급등해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라며 “유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 뿐 아니라 시장 일각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리스크가 완전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투자은행 BNY 멜론의 시장 전략 및 인사이트 책임자 밥 새비지는 “글로벌 시장은 아직 유가 상승과 국방비 지출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예산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할 때 8주 이상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있다는 게 그가 내세운 이유다.미국에 본부를 둔 이스라엘 정부 발행 채권의 인수회사인 ‘이스라엘 본드’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 발발 후 해외에서 2억달러어치 채권을 판매했다. 특히 미국 지방 정부들이 ‘디아스포라 채권’' 1억5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이스라엘 본드는 설명했다. 이스라엘 본드는 성명에서 “미국 여러 지역에서 반응이 즉각적이었고, 수요는 당시 판매할 수 있는 이스라엘 채권 규모를 초과했다”고 말했다.

한편 BNY 멜론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 미국 달러 등과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