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이젠 에르메스 대신 맥도널드"…비상 걸린 홍콩

홍콩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본토 관광객의 여행·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홍콩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달러 강세, 중국 경제 둔화, 중국 하이난 면세점의 성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8일간 이어진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홍콩은 중국 본토 관광객 방문 특수를 기대했다.그러나 이번 국경절 연휴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인은 97만명으로, 같은 기간 해외여행을 떠난 홍콩인(150만명)보다 한참 낮았다. 나아가 홍콩 관광에 나선 중국인 대부분이 당일치기 여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홍콩의 숙박, 요식업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오히려 홍콩인들이 대거 인접한 중국 선전으로 여행 가면서 선전 여행업계가 '홍콩인 특수'를 누리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 홍콩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5% 이상 하락하면서 홍콩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중국인들 지갑이 굳게 닫힌 영향도 있다.또 과거 중국인들에게 홍콩은 사치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천국'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이난 면세점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인들이 고환율 속에 굳이 홍콩 쇼핑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 영향이 더해졌다. 이에 지난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면세점 부문 DFS그룹은 하이난에 대규모 몰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황금연휴 기간 홍콩의 소매 판매는 기존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점포 방문객이 20∼30% 늘어났음에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 자료에 따르면 보석과 시계를 포함해 홍콩의 8월 사치품 판매 규모는 52억 홍콩달러(약 8972억원)로 코로나19 전인 2018년 같은 달보다도 31% 감소했다.블룸버그는 코로나19 이후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명품 소비 대신 홍콩 영화에 등장한 장소나 풍경 좋은 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 등 과거와 다른 여행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에르메스 대신 맥도널드를 택하면서 홍콩 관광업계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은 소셜미디어 사진을 위해 홍콩 쇼핑몰에서 에르메스 핸드백을 과시했지만, 요즘에는 홍콩 관광 관련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홍콩 거리에서 맥도널드 테이크아웃 봉지를 들고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