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A 시장은 '고차방정식'…감사 세무 재무 전문가 모여 해법 찾죠"
입력
수정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신임 대표 인터뷰“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은 ‘고차방정식’입니다. 경기가 둔화하다보니 매수든 매도든 기존 전략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어요. 삼정KPMG가 재무자문·감사·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다양한 해법을 찾아내려고 힘쓰는 이유입니다.”
부대표 2년만에 사내 최연소 부문대표로
"연내 M&A 시장, 일부 성장산업에 집중될 전망"
"중소기업 매각·기업회생·크로스보더 M&A 등에 집중"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딜 어드바이저리) 부문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삼정KPMG의 딜부문 총괄로 발탁됐다. 2021년 부대표로 승진한지 2년 만이다. 1977년생인 그는 이번 인사로 삼정KPMG에서 최연소 부문대표가 됐다. 그는 “요즘 M&A 딜 자문은 창의성이 관건”이라고 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호경기 시절엔 M&A 절차만 잘 관리해도 충분히 거래가 완료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기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어느 분야든 매수에 선뜻 나서는 곳을 찾기 힘들다”며 “기존엔 전혀 예상에 없었던 바이어(매수자)나 공동투자자까지 거래로 끌고 올 수 있어야 딜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력 투자 분야가 매물과 겹치는 기성 기업·사모펀드(PEF)만이 아니라 고액 자산가의 패밀리오피스, 외국 기업 등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작년 주도해 올 상반기 후속 작업을 마무리 지은 LS그룹의 LS니꼬동제련(현 LS MnM) 일본법인 지분 인수 딜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부문대표는 일본 니꼬 측이 LS니꼬동제련의 구주 49.9%를 인수하는 자문을 맡았다. 이 거래는 인수금 약 9330억원 중 4706억원을 PEF운용사 JKL파트너스가 공동투자와 인수금융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김 부문대표는 “지분 인수 자금 마련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동 산업의 확장성 등을 소개해 JKL을 연결했다”며 “덕분에 매수·매도 양쪽이 ‘윈-윈’이라며 웃으며 마무리한 거래가 나왔다”고 했다.
김 부문대표는 “거래 주체 확보만이 아니라 딜 내용을 짜는 일도 고차방정식이 됐다”며 “이젠 인수한 사업의 향후 매각 전략, 볼트온 전략 PMI전략 등 복합적 아이디어까지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앞으로 딜 부문을 비롯해 감사 세무 컨설팅 등 삼정KPMG 각 조직 전문가들간 협업을 대폭 늘리려는 이유다.
“요즘 딜 자문은 ‘플러스 알파’가 절실합니다. 실사만 맡겨도 딜 아이디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식이죠. 삼정KPMG는 협력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굳게 자리잡고 있어 통합적인 자문을 할 수 있어요. 조직 내 ‘협력의 그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연내 M&A 시장도 까다로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김 부문대표는 “‘M&A 붐’은 아직은 먼 얘기”라며 “딜이 이차전지, 반도체, 정밀화학 등 성장성이 충분한 산업 일부에 집중되는 경향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같은 시장에선 중소기업 매각 자문, 기업 회생 등 핵심 전략에 보다 집중할 계획입니다. 경기가 하강하면 급한 자금조달 필요가 늘면서 부담이 되는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수요가 늘어요. 기업을 자녀에계 승계하기보다 현금화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오너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는 "딜 자문에 있어 매각·매수주체간 '심기 조율'도 중요한 시기"라며 "스트레스가 극심한 딜 협상 과정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협상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너가 평생 일군 기업을 팔거나 신사업을 사들이는 등의 과정에서 협상주체간 감정이 격해져 거래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적 등 수치가 매우 중요하지만, 협상에서 숫자가 전부인 것도 아니다"라며 "직원들에게도 평소 클라이언트(고객)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고 인문학 공부 등을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보더(국경간) M&A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최근 미국·중국간 지정학적 갈등 등을 이유로 대기업들이 해외 직접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어서다.
삼정KPMG는 기존 7본부로 구성된 재무자문부문을 10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부동산, 실사, 중소·중견기업 서비스 본부 등을 각각 신설했다. 김 부문대표는 “빠르게 시장이 원하는 바를 포착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조직을 세분화했다”며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각 악기 연주자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곡을 완주하는 것처럼 딜 자문 산하 M&A, 실사, 가치평가, 구조조정, 부동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박종관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