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아랩에 '선빵' 날린 FDA…국내 진단기업의 전략은? [남정민의 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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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 그 중에서도 진단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IVD) 승인을 받고 의료기관에 진단키트를 납품하거나, 아니면 미국 보험청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연구소(클리아랩)에 제품을 넣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클리아랩은 병원 등 의료기관으로부터 검체 분석을 의뢰받아 수행합니다. 이때 별도로 FDA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연구소 자체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검사(LDT)할 수 있습니다. FDA 정식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과 자본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러한 LDT 트랙을 종종 사용해왔습니다. 상용화 시간은 단축하면서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쏠쏠한 ‘찬스’였습니다.찬스 ‘입니다’가 아니라 ‘였습니다’라고 쓴 이유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의 미국 진출이 더이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FDA는 ‘앞으로는 LDT 서비스도 IVD 수준으로 규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서비스 제공하고 싶으면 클리아랩이든 뭐든 다 FDA 정식 승인을 거치라는 뜻입니다.FD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70~1980년대만 해도 LDT는 작은 실험실에 한정돼 희귀질환에만 쓰여 별다른 규제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질환은 물론 암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에서도 자주 사용된다”며 “몇몇 LDT 검사는 정확하지 않아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시작하게 되거나 필요한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같은 날 진행된 미디어 콜(Media Call)에서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광범위하게 쓰이는(widely-used) LDT 검사는 FDA의 요구사항이나 리뷰를 거치지 않는다”며 “부정확한 테스트 결과로 이어지는 취약한(vulnerable) 상황은 더이상 계속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FDA와 LDT 업계 간의 대립은 수십년 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FDA는 연구소에서 쓰는 장비와 그 장비에 올라가는 시약까지 모두 자기 손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LDT 업계는 이미 충분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시장 성장성은 무시하고 연구개발(R&D) 비용만 배로 늘리는 조치라고 반박해왔습니다.
실제로 이번 FDA 입장공개가 주목받는 이유는 관련 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콜에서 ‘FDA는 전통적으로 LDT 분야 규제강화를 요구해왔는데, 입법자(lawmaker)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프 슈렌 FDA 의료기기·방사선 보건센터장은 “국회와의 협력은 열려있다”고 답했습니다.
슈렌 센터장은 “LDT 검사와 관련된 우려는 최근 몇년간 더욱 커졌고, FDA는 지금 규칙(rule)을 만드는 데 앞으로 나아가는 중(moving forward)”이라고 설명했습니다.국내 진단기업들은 ‘초비상’입니다. 클리아랩에 제품을 넣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클리아랩을 샀거나 사려고 하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LDT 트랙을 통해 미국 시장을 보다 빨리 진출하겠다는 큰 줄기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국제거래 전문 시니어 변호사이자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함병균 지평 변호사는 이번 FDA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클리아랩은 병원 등 의료기관으로부터 검체 분석을 의뢰받아 수행합니다. 이때 별도로 FDA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연구소 자체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검사(LDT)할 수 있습니다. FDA 정식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과 자본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러한 LDT 트랙을 종종 사용해왔습니다. 상용화 시간은 단축하면서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쏠쏠한 ‘찬스’였습니다.찬스 ‘입니다’가 아니라 ‘였습니다’라고 쓴 이유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의 미국 진출이 더이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FDA는 ‘앞으로는 LDT 서비스도 IVD 수준으로 규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서비스 제공하고 싶으면 클리아랩이든 뭐든 다 FDA 정식 승인을 거치라는 뜻입니다.FD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70~1980년대만 해도 LDT는 작은 실험실에 한정돼 희귀질환에만 쓰여 별다른 규제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질환은 물론 암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에서도 자주 사용된다”며 “몇몇 LDT 검사는 정확하지 않아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시작하게 되거나 필요한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같은 날 진행된 미디어 콜(Media Call)에서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광범위하게 쓰이는(widely-used) LDT 검사는 FDA의 요구사항이나 리뷰를 거치지 않는다”며 “부정확한 테스트 결과로 이어지는 취약한(vulnerable) 상황은 더이상 계속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FDA와 LDT 업계 간의 대립은 수십년 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FDA는 연구소에서 쓰는 장비와 그 장비에 올라가는 시약까지 모두 자기 손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LDT 업계는 이미 충분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시장 성장성은 무시하고 연구개발(R&D) 비용만 배로 늘리는 조치라고 반박해왔습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FDA 가이드에 따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FDA 인증을 받아 진단키트를 판매하는 대형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LDT가 달갑지 않죠. 로슈 애브비 등 ‘빅파마’와 보폭을 같이하는 FDA, 그리고 LDT 업계 갈등은 이런 이유 등으로 오래됐습니다. 제가 30년 전 미국 처음 갔을때도 이걸로 싸우고 있었거든요(웃음). LDT를 축소시키려는 빅파마들의 로비도 다방면으로 엄청납니다.FDA 주장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때는 잠잠하던 논의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불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방침으로 관련 규제는 더 세분화, 구체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기업 대표
실제로 이번 FDA 입장공개가 주목받는 이유는 관련 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콜에서 ‘FDA는 전통적으로 LDT 분야 규제강화를 요구해왔는데, 입법자(lawmaker)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프 슈렌 FDA 의료기기·방사선 보건센터장은 “국회와의 협력은 열려있다”고 답했습니다.
슈렌 센터장은 “LDT 검사와 관련된 우려는 최근 몇년간 더욱 커졌고, FDA는 지금 규칙(rule)을 만드는 데 앞으로 나아가는 중(moving forward)”이라고 설명했습니다.국내 진단기업들은 ‘초비상’입니다. 클리아랩에 제품을 넣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클리아랩을 샀거나 사려고 하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LDT 트랙을 통해 미국 시장을 보다 빨리 진출하겠다는 큰 줄기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지금도 LDT를 하기 위한 조건들은 옛날에 비해 굉장히 까다로워진 편이에요. 그런데 점점 규제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LDT 쓰느니 그냥 FDA 승인 받은 걸 사다 써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죠.
중요한건, 앞으로 클리아랩에서 그냥 보편적인 검사를 한다고 하면 문제가 있을 거에요. FDA가 관리하는 보편적인 검사보다는 특화된 서비스, 즉 기존 허가당국의 전통적인 룰에는 아직까지 포함돼있지 않은 검사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큰 영향은 없을 걸로 봅니다.
다만 성병이나 호흡기 등 보편적인 검사가 각 랩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런 검사들을 다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랩 자체의 비용지출은 늘어날 수 있죠.
이민섭 EDGC 대표
안그래도 10월 초에 관련 이야기를 듣고, 바로 저희 랩이랑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업전략에 변화가 있다던가 하진 않습니다. 일단 실제 입법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5~6년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저희는 소형이 아닌 중대형 클리아랩을 인수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격은 다 있겠지만, (랩) 규모나 프로세스가 어느정도 나오는 곳에서는 그 정도가 작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종훈 랩지노믹스 대표
국제거래 전문 시니어 변호사이자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함병균 지평 변호사는 이번 FDA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지금은 ‘proposed rule’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6개월 동안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comment)을 취합하고 반영해서 규정을 확정할 겁니다. 이번 규정이 진단 업계 및 clinical laboratory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 코멘트 기간은 좀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종 규정 확정까지는 1~2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5년동안 의료기기 제조사들과 환자권리 옹호 단체들은 시장에서 공급되는 진단 테스트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체계를 주장했지만, 이런 규제는 FDA의 관할이 아니라며 클리아랩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컴플라이언스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고 매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니까요. IVD는 제품 개발부터 시장에 내놓고 환자 적용까지 전반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라는 건데, 클리아랩은 그렇게 되면 의약품제조시설 인증(GMP)을 포함한 의료기기 업체처럼 의료기기 관련된 내부 관리 시스템도 갖춰야 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보낸 키트 일부를 랩에서 받아 완성조립해서 서비스한 경우가 왕왕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국내 제조사, 즉 진단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아예 앞서 나가서 ‘투자를 하자’고 마음먹는다면 말이죠. 미국 현지에 GMP 설비도 구축하고, 모든 의료기기 관련된 quality 체계 및 FDA 인허가 절차도 내재화한다면 사업기회가 더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