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니체는 정말 매독으로 죽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들녘 / 312쪽│1만7000원
“신은 죽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구분하는 기독교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실제 땅을 밟고 살아가는 인간으로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 이런 생각은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상의 인물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기술됐다.‘신의 죽음’을 선고한 니체 본인은 어떻게 생을 마감했을까. 지난 100여 년간 그의 사인은 매독으로 알려졌다. 근거부터 의심스러운 데다 증상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를 돌본 누이가 히틀러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탓에, 나치에 반감을 품은 후대 학자들이 매독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갈수록 심해졌다는 어지럼증과 불면증에 관한 기록을 보면 뇌종양이 유력한 사인(死因)이다. 잦아드는 시력으로 안경에 의지했고, 두통은 산책으로 돌파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그의 문체는 추상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해졌다. 차라투스트라가 내뱉은 복잡한 말들이 오늘날 독자에게 ‘두통’을 일으키는 이유다.

최근 출간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는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유명인들의 질환을 조명한 책이다. 위인들의 ‘병원 차트’와 이들이 감내한 고통의 시간을 통해 그들의 삶과 철학을 돌아본다. 제목은 니체의 저서를 패러디했다. 체온계를 물고,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얹은 니체의 삽화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과학·의학전문기자 출신 이찬휘 저자, 테크기업 테크업의 허두영 대표, 판타지와 공상과학(SF) 분야의 강지희 작가가 함께 썼다. 세 명의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서일까. 책은 예술가부터 학자, 정치인, 종교인 등 폭넓은 인물을 다룬다. 당뇨병을 앓던 폴 세잔이 왜 유독 사과 정물화를 많이 남겼는지 등 인물들의 생애를 색다른 관점에서 풀어냈다.

다시 니체의 일화. 일찍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질환이, 어쩌면 이들 업적의 숨은 공신일지도 모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