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지구상에서 없앨 것"…하마스 "가짜 선전전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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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임박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리면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정부는 SNS를 통해 하마스의 만행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는 등 명분 쌓기에 나섰다. 영국 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자국 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금지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은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대기시켜 이란을 압박하는 동시에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상대로 확전 저지를 위한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섰다.
가자시티 등 북부 민간인 110만명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 권고
하마스, 주민·인질 인간방패 삼아
국제사회 우려 목소리 커져
美, 확전 막으려 전방위 외교전
블링컨, 중동 5개국 순방나서
○“24시간 이내 가자지구 떠나라”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3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지구 북부를 떠나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며칠 내 지상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전쟁 물자 배치와 야전병원 설치 등 투입 준비를 마치고 지구 경계에서 대기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로 불리는 가자 이슬람국가(IS)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이후 4000t가량의 폭탄을 투하해 가자지구를 맹폭했다. 가자지구에선 이날까지 1537명의 사망자와 66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스라엘 사상자는 사망자 1300명을 포함해 45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습으로 인한 가자지구 이재민은 4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은 식량과 의약품 공급 등 인도주의적 조치를 호소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전까지는 모든 물자를 차단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상군 진입으로 인한 대규모 인권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가 가자 주민과 인질을 ‘인간방패’로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이날 CNN 등에 보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 권고는 선전전이자 심리전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은 집을 떠나선 안 된다”고 했다. 주민들의 피란처도 마땅치 않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삼면을 포위했고 유일한 탈출구인 남부 국경에선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입국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 확전 방지 외교전 본격화
지상군 투입 후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면 레바논과 시리아의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참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이라크에 이어 레바논을 방문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또 다른 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레바논·시리아 국경 지역에선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한 무장세력의 산발적인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도 전날 시리아 다마스쿠스공항과 알레포국제공항을 공습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도 일부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우려해 피란길에 올랐다.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며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주 요르단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을 방문해 각국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조만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만날 계획이다. 이란 압박 또한 강화하고 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에 “조심하라”고 직접 경고한 데 이어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 60억달러를 다시 동결했다. 자국민 등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구출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부대 배치를 완료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