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선거 결과서 교훈 찾아야"…與 '고강도 쇄신' 착수

'이대론 안된다'…
총선 6개월 앞두고 대대적 변화 주문

대통령실, 민생·경제 국정기조 전환,
인적개편 등 고심

'패인 분석 TF' 꾸려…
김기현, 지도부 면담 통해 의견수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 철저한 원인 분석과 쇄신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지도부도 보다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정부와 대통령실도 국정기조 전환과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전반 쇄신 속도 내나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일부 참모와 함께한 자리에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해달라”고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실장은 이런 의견을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했다.이는 윤 대통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만큼 대대적인 변화 없이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날 대통령실이 “어떤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사실상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강서구는 여당에 열세인 지역이고 단순히 구청장 한 명을 뽑는 선거지만, 17%포인트 표 차는 참담한 성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여권은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8·15 경축사 이후 이념과 정체성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메시지부터 민생과 경제를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와 국민 소통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대적인 인적 개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실은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행정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쇄신 차원에서 교체 폭을 넓히거나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에선 내홍 조짐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윤재옥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인사들과 개별 면담하며 본격적인 쇄신안 마련에 나섰다.

전날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 구성과 함께 총선기획단 출범, 인재 영입 발표를 서두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13일 윤 대통령의 주문까지 나온 만큼 보다 강도 높은 쇄신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김 대표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결단하고 책임지는구나’ 하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쇄신안 발표 시기를 묻는 말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패배 요인 분석과 쇄신책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선 내홍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게 사무총장과 전략·조직 부총장, 대변인 등 임명직 당직자의 퇴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당직자는 “책임 소재를 가린 뒤 책임지는 건 좋은데, 그런 과정 없이 임명직이란 이유로 사퇴하라는 게 무슨 쇄신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7~8명이 책임자가 안 나오고 자꾸 미봉책으로 가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고 얘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길성/오형주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