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호텔 조리사…法 "산재 아냐"

호텔 조리장으로 근무하다 뇌출혈로 사망
유족,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 있다"며 소송
법원 "업무 과중했다 보기 어려워... 부적절한 건강관리"
서울행정법원.
근무 중에 뇌출혈로 사망했더라도 업무와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조리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부지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A씨는 2012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해 왔다. A씨는 2020년 7월 직장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태에서 발견됐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이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 측은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는 업무로 인한 과로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이라 주장했다. 유족 측은 재판에서 "A씨는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주방과 식자재가 있는 냉동창고를 오가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권유로 휴일에 학원을 다닌 점도 언급됐다.법원은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가 동종 업무 종사자의 통상 업무보다 부담이 과중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주방 내 온도와 외부온도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지만 주방이 1000도 이상의 고온에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휴일에 학원을 다닌 것도 "사업장이 개인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는 측면이 더 많고 업무상 일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평소에 적절한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과거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A씨는 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의 '뇌출혈'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다"며 "흡연력이 30년에 이르고 한 달에 한 번 음주할 때 소주 4병 이상을 마시는 음주 습관 등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