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대회 화장실 "땡그랑" 소리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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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의 팝콘스포츠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열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대회 기간 선수들이 사용한 화장실에선 ‘땅’ ‘땡그랑’ 소리가 일정 간격으로 반복해서 들렸다. 이는 주최 측인 제네시스의 요청으로 골프장 측이 틀어 놓은 것. 제네시스가 직접 음원을 만들어서 해마다 선수들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공이 스위트스폿에 맞을 때 나는 소리와 홀컵에 들어갈 때 나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효과음을 선수들에게 은연중에 들려줘 도움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심리적 안정 주기 위해
홀컵에 공 들어가는 소리 재생
이런 시도가 정말 도움이 될까. 실제로 ‘긍정 심리학’은 스포츠 심리학에서 널리 쓰는 방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이경훈 등 유명 선수의 멘털 코치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선수들에게 평소 ‘긍정적 프레이밍’을 강조하며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극복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미 좋은 재료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선수들에게 ‘불안감’은 좋은 재료를 부정적으로 쓰게 한다”고 설명했다.골프에서 ‘긍정 심리학’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선수는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83·미국)로 알려져 있다. 니클라우스는 퍼팅 라인을 일부러 오래 살피는 등의 ‘멘털 싸움’으로 상대 선수들을 흔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심리전을 즐겨 쓴 골퍼다.
니클라우스는 아예 기억을 왜곡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탈출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니클라우스는 한 대학 강연에서 “나는 한 번도 3피트(약 1m) 퍼팅을 놓친 적이 없고, 지난 대회에선 3퍼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한 청중에게서 지적을 받았다. 그는 “그런 적이 없다”며 청중의 지적을 재차 부정했다. 실제로 니클라우스는 직전 대회에서 3피트 퍼트를 놓쳤다.
그러나 니클라우스의 머릿속에선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당시 강연에 동석한 밥 로텔라 스포츠 심리학자는 “니클라우스 같은 챔피언은 부정적인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