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트렌드 '추종'하거나 '창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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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바운드포(Bound4) 대표트렌드 도서가 서점가 매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1년간 발생한 산발적인 사건에서 흐름을 짚고, 산업을 전망하는 내용이다. 간단명료하게 현상 파악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다. 트렌드는 ‘동향’에 해당하는 외래어다. 정답과 정석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를 의미하는 용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대중화됐을 정도로 트렌드를 진리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위대한 사업가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기를 읽었다. 애플 창업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이 2년간 머스크 일정에 동행해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한 결과물이다.매체는 하나같이 세기적 창업가의 삶을 두고 이들의 공통점을 저자에게 질문했다. 작가의 답은 일관됐다. “규칙이란 건 없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하드코어로 임했고,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문제를 발견해야 한다’는 말은 진부했다.
저자가 위대한 사업가들의 모습에서 발견하지 못한 특징이 있다고 생각했다. 혁신을 통해 산업 트렌드를 이끈 기업 상당수가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1962년 미국 대통령 J F 케네디의 연설문 중 일부다. 한 대학에서 미국이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밝힌 자리였다.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달에 가기로 했다는 문장에서 ‘대담함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 문장이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오랜 기간의 시대정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이 위험 감수(risk taking)를 즐기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우주에 사람을 보내는 방법과 방식이 지난 50년간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스페이스X를 창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은 많은 사람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에만 발전할 수 있다.”
트렌드는 현상의 결과다. 하지만 현실에선 트렌드가 현상을 만들고 있다. 트렌드는 창조할 대상이지 추종 대상이 아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힘은 오직 자신에게서만 나온다.
자신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관점을 갖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타인의 의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감 있고 대담하게’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관에서 트렌드가 형성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