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채 ETF 손실 큰데…올 176억달러 뭉칫돈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
올 손실 규모 100억弗

'반등 기대' 분위기도
거래 늘며 돈 몰려
미국 장기 국채를 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두 자릿수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올해 최악의 성적을 낸 장기 국채 ETF가 반전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와중에 세계 최대 규모인 장기 국채 ETF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만기가 20년 이상인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티커 TLT)’에는 올해 들어 176억달러(약 23조7000억원)가 순유입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3300여 개 ETF 중 세 번째로 큰 순유입액이다. TLT 콜옵션 투자도 늘며 풋옵션 거래와의 격차를 20년 만에 최대로 벌렸다.

얼핏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해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고(高)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전년 동기 대비)로 시장 예상치를 0.1%포인트 웃돌았다.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장기 국채 금리도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게 된다. 미국의 9월 CPI가 공개된 12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7%대, 30년물 금리는 연 4.8%대를 기록했다. TLT 주가는 2020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났고, 올해에만 손실 규모가 1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전문가 수준의 투자자들이 TLT를 사들이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투자회사 F/m인베스트먼츠에 따르면 현재 연 5%에 육박하는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가 0.5%포인트 떨어지면 12개월 기대 수익률은 11%(이자 포함 총수익 기준)다. 반대로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같은 기간 예상 손실률은 1.1%에 불과하다. 장기 국채 금리가 지금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면 TLT 투자로 큰 수익을 바랄 수 있고, 설사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해도 잃을 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장기 국채의 가중 평균 만기(듀레이션)가 길기 때문에 단기 채권보다 금리 움직임에 따른 손익 변화가 큰 레버리지 효과가 생겨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