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 일대일로와 BRICS의 향배

국내 불안 중국, 정책 변화 예고
브릭스는 '反서방' 정치조직化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정책에 동참하기로 한 국가가 현재 150여 개국에 달한다. 참가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세계 GDP의 75%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에서 18개국이 참여한다는 것도 놀랄 일이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정책 1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4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4000만 명을 빈곤에서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상당수 개발도상국이 중국에 대한 채무국가로 전락하는 등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책과 함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들여온 또 다른 축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구성한 느슨한 협의체인 브릭스(BRICS)다. 최근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기존 5개 회원국에 더해 2024년 1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이 추가 가입하기로 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브릭스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국가들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의 브릭스는 인도를 제외할 경우 성장잠재력이 소진했다. 중동 독재국가들의 추가 가입이 결정되면서 독재국가들의 정치적 연합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출범할 때는 물론 브릭스 부상 과정에서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 및 운영 과정에 깊이 관여해왔다. 한편 최근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와 브릭스의 정치적 확대에 회의적 시각이 커지는 와중에 제기되는 절박한 질문은 과연 일대일로 정책과 브릭스 확대 추이가 한국 기업과 경제에 기회인가 혹은 위기인가의 문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일대일로 정책과 브릭스 확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국내 정치적 필요로 시작된 일대일로 정책의 향방은 결국 중국 국내 경제 및 정치적 상황 변화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2000년 초반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서 1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이 추진한 일대일로 정책 노선은 조만간 경제성장률이 3%대로 내려앉고 청년실업 급증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국 내부의 정치적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재조정이 필요한 것이다.또 출범 초기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던 브릭스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반서방정책’에 올인하는 더욱 정치적인 조직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어떤 선택과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의 절박성은 과거 구한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며,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인 북한발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반도체 및 주요 전략산업에서 경쟁국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 유무가 국제관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요동치는 중국 경제와 국제 정세의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