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에게 바로 증여…5년 지나면 상속세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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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상속·증여세 아끼려면
조부모가 자녀에게 5억 주고
자녀가 손자녀에 5억 증여시
전체 증여세 1억6000만원
손자녀에 바로 증여하면
세금 1억400만원으로 줄어

30% 가산세…두 번 내는 것보단 유리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가 세대를 건너뛰어 이뤄지면 원칙적으로 일반적인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해 과세한다. 2016년부터는 증여받은 손자녀가 미성년이고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가 가산되고 있다.
세대생략 증여의 가장 큰 장점은 두 번 부담할 증여세를 한 번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조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여세를 납부하고, 추후 그 자녀가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한 번 더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비해 손자녀에게 바로 증여하면 증여세를 한 번만 내면 된다. 30~40%의 가산세를 추가 부담해야 하지만 증여세를 두 번 내는 것보다는 한 번에 1.3배의 증여세를 내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고, 수년 안에 자녀가 성인인 손자녀에게 5억원을 증여하면 전체 증여세는 1억6000만원이다. 5억원에서 5000만원 한도로 주어지는 증여재산공제액을 뺀 4억5000만원에 5억원 이하 증여세율(20%)을 곱하면 900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누진공제 1000만원을 빼면 한 차례 증여에 붙는 증여세는 8000만원이다. 이를 두 번 납부해야 하므로 세금은 1억6000만원이다.조부모가 손자녀에게 바로 증여한다면 총 증여세는 8000만원에서 30% 할증된 1억400만원이다.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5600만원의 세금을 줄인 셈이다. 증여 재산이 부동산이라면 최대 12%까지 내야 하는 취득세도 한 번만 내면 되기에 절세효과가 더 크다.
5년 전 증여는 상속재산에서 제외
사망 시 상속의 경우에도 유언 등을 통해 손자녀에게 직접 상속이 가능하다. 세대생략 상속 역시 할증률은 증여와 동일하다.상속된 후 10년 이내에 상속인이 사망해 다시 상속이 개시되면 재상속 기간에 따라 10~10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기간에 여러 차례 상속되면 대부분의 상속재산이 상속세로 납부돼 상속인의 경제적 생활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상속 개시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건강이 유지될 때 사전증여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 시점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최대 50%의 누진세율이 매겨진다. 이 때문에 사전증여를 통해 미리 피상속인의 자산을 줄이는 것이 상속 시점의 과도한 세 부담을 감축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손자녀 등 상속인(자녀) 이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을 ‘사전증여재산’ 형태로 합산해 상속재산으로 과세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손자녀에게 증여한 뒤 5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자녀는 사전증여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기간이 10년으로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