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굴려 수익률 2% 낸 건보…운용사에 맡긴 건 '1%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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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감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적립금 투자로 지난해 은행 예금금리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올렸으면서 운용사에는 위탁수수료로 5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처럼 국가재정에 포함 안돼
당국 통제도 국회 심의도 안받아
건전성 우려 '건보 기금화' 목소리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적립금 투자 수익률은 2.15%였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은행 평균 예금금리 2.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건보 적립금 운용 수익률 역시 연 1~2%대에 머물렀다.국민이 납부한 건보료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적립금의 상당 부분은 건보공단이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운용한다. 지난해 건보 적립금(약 24조원) 중 투자 운용한 규모는 19조5647억원으로 이 중 11조원가량을 위탁 운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을 통해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 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이들 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52억9100만원이었다. 그런데도 중장기 위탁 운용 수익률은 공단에서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낮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지급을 위해 수시로 돈을 빼 써야 하는 건보 특성상 상당수 자산이 정기예금, 국공채 등에 투자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 대비 위탁 운용 수수료 지출액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건보공단의 주먹구구식 기금 운용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관련 법과 보건복지부의 규율 없이 자체 규칙을 마련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한 의원은 “공단이 마음대로 수조원을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수수료 선심까지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건보 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고용보험 등과 달리 국가재정에 포함이 안 돼 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용 중이다. 법적으로 기금의 범주에 속하지 않아 재정당국과 국회의 심의·의결도 받지 않는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승인만 거치며 견제 장치 없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건보를 기금화해 국가재정법 틀 내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법까지 발의됐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막아서고 있다. “당사자(보험자 가입자 공급자) 간 자치 원칙에 따라 건보 운용이 외부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