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UAE 원유 관세, 10년간 단계적 철폐

韓·UAE 자유무역협정…新중동붐 기대

온라인게임·의료·콘텐츠 등
UAE, 서비스 시장 개방

바이오 경제협력도 확대
원전 추가 수출 기대감 커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 번째)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세 번째)이 지난 14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시장 확대, 안정적인 원유 수급, 중동의 전통 우방과 협력 강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타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수출 시장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원유 도입처를 확보한 것은 물론 양국 간 ‘경제 동맹’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UAE 자동차, 韓 원유 관세 철폐

양국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냉장고, 세탁기 등에 UAE가 부과하는 5% 관세를 최장 10년에 걸쳐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유럽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자동차는 한국의 UAE 수출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3억3800만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81.5% 증가했다.

UAE가 온라인 게임, 의료, 콘텐츠 등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것도 한국에 큰 성과다. UAE는 중동 지역에서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과 지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다. UAE에서 한국 게임에 지출하는 금액은 월평균 약 69달러로 중동 평균인 38.5달러를 크게 웃돈다. 최근 중국 등 경쟁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에 기회다. 의료 서비스 개방도 국내 의료기관들이 글로벌 진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전망이다.한국도 UAE 상품에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 또는 감면하기로 했다. UAE로부터 수입하는 상품 중 금액 기준 약 60%는 원유, 30%는 석유화학산업의 원료인 나프타다. 원유 관세는 10년간 3%에서 0%로, 나프타 관세는 5년간 0.5%에서 0.25%로 낮아진다. 이들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은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며 “원유 관세 철폐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숙원이었다”고 말했다.

원유 관세 철폐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도 플러스 요인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UAE와 오랜 시간 구축한 에너지 분야의 신뢰 덕분에 UAE로선 예외적으로 CEPA에 에너지·자원 협력 내용을 (부속서로) 넣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중동에서의 우려스러운 상황 속에도 우리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협정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에는 ‘바이오 경제 협력’이 담겼다. 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중 이 분야가 포함된 건 처음이다. 세계 최초 모델이기도 하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의 육성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원전 추가 수출도 기대

이번 협정 타결로 한국과 UAE의 전략적 관계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 자체가 UAE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한국식 개방경제 모델을 국가전략으로 삼은 UAE가 한국과의 협상 속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번 협정 타결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방한이 연기된 가운데 예정에 없던 통상장관 방한이 성사되면서 이뤄졌다. UAE 통상장관 일행은 지난 14일 ‘무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협정문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추가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UAE가 이번 협정 타결을 계기로 한국형 원전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도 나온다. 원전수출업계 관계자는 “UAE 원전은 우리 측의 첫 번째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인 만큼 그동안 추가 수출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