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의 핵심은 HR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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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HRBP(HR Business Partner) 운영을 고민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나 일부 스타트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HRBP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과 도입에도 불구하고 HRBP를 통해 뚜렷한 효과를 거둔 사례는 드문 편이다.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애초에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개념이 다소 모호한 측면도 있다. HR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이 강조된 지 십수년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HRBP를 운영하지 않는 인사는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인가?"라는 반문이 들게 한다.HRBP가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조직 HR 스태프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슈는 자주 제기된다. 또한 사업영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주로 CoE(Center of Excellence, 주로 본사HR)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현장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데만 급급해 의미있는 HR솔루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도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은 HRBP에게 기대하는 과업과 역할에 비해 실제로 주어지는 공식적인 재량과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국내외 기업의 컨설팅을 통해 머서가 정의한 HRBP 직무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①사업 도메인에 특화된 HR 전략 수립 및 지원 ②사업조직의 관점에서 HR 이슈 개선 ③사업전략 지원을 위한 HR 운영(인력계획, 인력배치, 승계계획, 채용, 온보딩, 인재유출 방지, 교육 등) ④사업조직 성과관리(평가, 보상 등 제반 관리) ⑤사업조직 구성원 관리 및 조직개발 활동
다섯 가지 과업을 기능 관점에서 정리하면, 과업 ①과 ②는 CEO 스태프나 비즈니스 스태프에서 포괄적으로 수행하던 사업지원 역할이다. 과업 ③과 ④는 CoE나 SSC(Shared Service Center)가 운영하는 HR 고유 기능에 가까운 역할이며, 과업 ⑤는 구성원 코칭과 경험 관리가 부각된 피플 매니저 역할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다보니 이 역할을 균형감 있게 소화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혹여 찾는다 한들 기능식 하향 업무처리에 익숙한 국내 대기업의 프로세스에서는 HRBP가 실질적인 영향을 줄 만큼의 재량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물론 HRBP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핵심인재 채용과 이탈방지, 기준을 벗어난 평가·보상과 같은 비즈니스 리더들의 다급하고 예외적인 요구는 사업적 필요 때문임을 알지만 HR CoE의 가이드라인에 비추어 볼 때 명분이 부족하다. '공정'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구성원을 납득시키고 수용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HRBP가 부각되는 이유를 왜일까? 이는 최근에 급격히 진행되는 HR 트렌스포메이션과 관련이 깊다. 주요 그룹사를 포함하여 많은 대기업에서 직급 파괴, 절대평가 전환, 상시성과관리 도입, 현업 리더의 보상 재량권 확대, 경력개발의 구성원 선택권 강화 등 자율과 신뢰에 기반한 유연한 HR로 전환을 꾀한다. 이 과정에서 현업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을 강화하여 CFR(Conversation-Feedback-Recognition) 기반의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HR CoE의 권한과 기능을 현업 리더에게 위임할 필요가 있다. 관리와 통제를 위해 HR CoE가 단일한 기준으로 운영하던 인사제도를 해체하여 유연성을 높이고, 현업 리더의 전략적 판단과 구성원 소통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할 현업 HR 파트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맥락에서 HRBP 운영 시 가장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는 기존 관리 중심의 HR사고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우선하는 마인드셋이 아닐까 싶다. HRBP가 HR 트렌스포메이션을 의미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HR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일이 되게 만드는’ 유연한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려해볼 만한 운영 팁은 아래와 같다. 첫째, HRBP적임자를 반드시 HR 전문가 풀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비즈니스 전문성이 중요한 경우에는 사업·기술적 경험과 백그라운드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유효할 수 있기에, 소위 말하는 인사쟁이가 HRBP를 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여러 대기업에서는 연구개발이나 테크놀로지 전문인력을 TA(Talent Acquisition) 또는 RBP(Recruiting Business Partner), 교육 담당자로 전환 운영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둘째, HRBP에게 공식적인 파트너 역할을 부여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공식적 권한과 재량을 바탕으로 본사 HR, 사업리더와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실제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구글, BASF 등 글로벌 주요 선도사들은 HRBP가 인력계획, 배치, 평가, 보상 배분 관련한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직무의 신설·통폐합 또는 사업조직 차원의 개별적인 직무 관리를 수행한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이 직무급을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적으로 보상수준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갈등관리 측면의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 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재량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갈등조율과 문제해결 능력이기 때문이다. HRBP의 부상은 사회 변화에 발맞춘 탈권위, 탈중앙, 수평화를 통한 혁신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조직에 HRBP를 고민하고 있다면, 비즈니스에 집중한 HRBP 역할과 귄한을 되짚어보자.
남정식 MERCER Korea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