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익률 27%' 교보증권 추천 포트폴리오…따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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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추천 포트폴리오를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정기적으로 내는 '모델 포트폴리오(MP)'는 증시와 종목에 대한 해당 센터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이 자료는 향후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의 추천 포트폴리오를 담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과의 소통을 위해 이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MP가 있으면 개인 투자자도 이를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기관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면서 MP를 발간하는 증권사가 줄어드는 추세다.
매달 리밸런싱해 전월 말 공개
2차전지주 적기에 담았다 빼
"수평적 소통으로 일군 성과"
최근에는 금융주 비중 높여
"올 연말엔 지키는데 초점을"
국내 증권사 중 정기적으로 MP를 발표하는 곳은 현재 4곳 남았다. 이들은 자료 수요가 줄어드는데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MP 발간은 리서치센터 본연의 기능"이라는 소신에 따라 관련 자료를 아직 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MP의 최근 1년 수익률(지난 13일 기준)이 27.12%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5.05%)을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성과다.16일 교보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 봄까지 2차전지주를 많이 편입했던 게 MP 수익률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8월말에 발표한 '9월 MP' 자료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포트폴리오 추천 비중 6%), 에코프로비엠(3%), 에코프로(3%)가 MP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20→10%), SK하이닉스(4→2%) 등 반도체 종목의 편입 추천 비중은 당시 과감하게 줄였다.
당시에도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주가 고평가됐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산업의 성장 스토리가 명확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한국 2차전지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 MP 내 비중을 높였다"며 "반도체주와 관련해서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이 한국 기업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봐 비중을 줄였다"고 했다.김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내 열린 의사소통이 이런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모두 자기 담당 업종의 전망이 좋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차가 많은 애널리스트가 삼성전자를 담당하고 이 애널리스트의 입김으로 삼성전자를 많이 담기 쉬운데, 매번 이러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저연차 애널리스트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전략조정 파트가 이를 과감하게 반영한 게 좋은 수익률을 낸 근본 배경"이라고 했다.급등하던 2차전지주는 지난달 초부터 본격 조정을 받았다. 교보증권 MP는 이때도 한발 앞서 대응했다. 지난 2~6월 2차전지주의 비중을 순차적으로 줄여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2%), POSCO홀딩스(3%)만 남겨놓은 상태다. 그 대신 삼성전자(3월 10%→4월 15%→8월 18%)와 SK하이닉스(3월 0%→4월 3%→6월 4%→8월 6%) 등 반도체주 비중을 순차적으로 높였다. 9월부터는 MP에 알테오젠을 3% 편입했는데, 이 종목은 지난달 50.50% 올랐다.올 4분기 들어서는 초과 수익을 얻기보다는 지키는데 초점을 맞춰 MP를 조정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여전히 금리가 높고, 각종 악재가 불거지면서 자본시장에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주 비중을 높이는 건 이런 대응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리서치센터의 MP는 지난 8월 KB금융 비중을 종전 대비 1%포인트 높은 4%로 상향조정했고, 이달 들어서는 하나금융지주(3%)와 한국금융지주(3%)를 신규 편입했다.
MP를 투자에 참고할 때 단순히 편입·편출 종목이 뭔지를 보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봐야 한다고 교보증권 측은 강조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특정 종목이 MP에 들어갔다는 게 꼭 그 종목을 매수하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특정 종목에 대한 시각이 '매도'에서 '중립'으로 바뀌면 없던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이 종목 매수를 추천한다는 뜻은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