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가 3배 폭등한 실리콘투…“글로벌 여심 훔치겠다”[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화장품 유통 강자 실리콘투를 가다
‘22년 사업가’ 김성운 대표 인터뷰

“해외 지사 20개로 늘려 규모의 경제 실현
K뷰티, 전세계 연결 … 화장품업계 쿠팡 될 것”
올해 매출액 3400억·영업익 430억 전망연초 대비 221% 상승 … “보유자의 영역”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줄리아 보로나 PA RU(러시아영업)팀 대리가 화장품 테스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화장품업계의 쿠팡이 되어 K뷰티를 전세계로 연결하겠습니다.”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둔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51세)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82억원(전년 대비 109.9% 증가)·영업이익 104억원(316% 증가)으로 회사가 고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액 3400억원·영업이익 43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도 3배 넘게 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성운 대표를 지난 20일 본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1)에서 만났다.
이채현 BM 본부 사원이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K뷰티, 전세계 연결 … 증권업계 “내년 영업익 650억”

김성운 대표는 2001년 29세의 나이로 반도체 유통회사를 창업했다. 2000년대 중반 홍콩·중국 지사까지 설립하며 연매출 500억원대 회사로 키웠지만, 2010년 애플 등 대형 IT 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고 반도체 중간 유통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목격하며 2012년 화장품 유통업에 눈뜨게 된다.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 화장품 마케팅·유통·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김 대표는 망하지 않기 위해 화장품 유통업을 시작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으로 기업에게 운명을 맡기는 게 아닌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격 협상에서 자유롭고 제품으로만 승부를 하면 된다. 둘째, 온라인에서 주요 사업자가 되는 것. ‘온라인 퍼스트 시대’에 발맞춰 발빠른 대응으로 고객을 흡수하는 것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 정조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해 덩치를 키운다.
나무나(몽골) 전략마케팅팀 직원이 스킨케어 테스트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이러한 원칙 덕에 회사는 탄탄대로다. 2018년 매출액 517억원·영업이익 5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1653억·영업이익 142억원을 올렸다. 4년 만에 각각 219.73%·184% 성장한 수치이다. 글로벌 시장서 K뷰티 돌풍 영향이 크다. 김 대표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브이티·클리오 등 국내 주요 화장품 회사들이 고객사다”며 “단일 브랜드 입장에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영업망 개척·현지 수입 통관 등 1부터 10까지 모든 걸 해야 하는데 화장품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리콘투가 그 과정을 대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투는 글로벌 한류상품 판매 플랫폼 스타일코리안닷컴도 운영하고 있다.
나샤 실리콘투 전략마케팅팀 직원이 영상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김 대표는 “지난 5년간 年 30~40% 성장을 해왔다”며 “내년 5월 미국에 1호 오프라인 매장(모이다·MOIDA)을 열어 성장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말했다. 실리콘투는 미국 물류 거점 2곳(캘리포니아 1000평·뉴저지 200평), 유럽·폴란드 등 총 6개의 해외 지사가 있는데 인도 등 20곳으로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투자로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만 해외 법인 및 물류 창고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매출액 5060억원·영업이익 6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마케팅본부 등 직원들이 마케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올해 221% 올라 … 영업이익률 2년 만에 2배 늘 듯

김 대표는 해외 지사가 20곳 정도로 늘면 ‘화장품업계의 쿠팡’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판매 데이터와 경험으로 재고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와 빠르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인플루언서 네트워크와 콘텐츠 제작·유통 능력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한다. 그는 “우린 소비재를 다루는 회사라서 확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실시간 음악차트 ‘한터차트’를 운영하는 한터글로벌 지분 12.35%를 약 50억원에 인수했다. 내년 K팝 부문에서 100억 이상의 의미있는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K뷰티와 K팝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김지나 JP 마케팅팀 직원이 K팝 진열대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로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7890원. 연초 대비(지난해 12월 29일 2455원) 221.3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13.24%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률을 2021년 6.69%의 약 두 배인 12.65%로 예상하고 있다. 이익률이 좋아진 이유는 코로나19 당시 화물 운임이 비쌌지만 ‘운임 정상화’와 규모의 경제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슬기 전략기획팀 과장이 역직구몰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김 대표는 “수년 전 중국에서 K뷰티가 인기를 얻었지만, 협상력 있는 유통업체가 없다보니 시장 장악을 못해 결국 해외 바이어들에게 치였다”며 “2차 전성기를 맞은 K뷰티가 예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힘 있는 유통 플랫폼과 손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면 가수는 노래 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며 “티켓을 얼마에 팔지, 조명을 어떻게 설치할지는 기획사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화장품 유통 플랫폼이란 조력자 위치에 있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
셰이니 히포라이트 미디어팀 인턴이 뷰티쿠키 채널 실버버튼을 들고 있다. 윤현주 기자

“주주환원책보다 당분간 성장에 집중할 것”

주주환원책을 고심하고 있을까. 실리콘투는 지난해 무상증자와 자사주 30억원 매입 및 소각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회사의 잉여금을 사업 확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좋은 실적으로 보답하는 게 가장 좋은 주주환원책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기회가 된다면 적절한 때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실리콘투 직원이 일본 사업 논의를 위해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총 주식 수는 6033만1084주다. 최대주주는 김성운 대표(지분 32.08%) 외 7인이 45.10%를 들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4% 중반으로 유통물량은 50% 정도다.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1억원, 부동산 자산은 231억원이다.
김태영 마케팅팀 과장(오른쪽)과 사원이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북미에서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은 Mass(5~20달러) 시장이다”면서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돌풍으로 실리콘투도 함께 고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투는 단순 중간 유통사가 아닌 하나의 도매 플랫폼으로 고객사의 락인 효과가 있어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장품 산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만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숙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성장성이 기대되지만, 현재 차트상 고점이기 때문에 신규 매수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위치에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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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