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지상전 개입" 경고…美 '확전 위험 커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헤즈볼라 대원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다. / 사진=Reuters
이란이 레바논과 시리아에 근거를 둔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앞세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중동 국가와 아프리카, 중국 등이 일제히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란이 개입할 명분도 쌓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역내 모든 당사자의 손이 방아쇠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전날에도 토르 벤네슬란드 유엔 중동특사에게 “이란에는 ‘레드라인(한계선)’이 있다”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실행하면 이란도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은 지난주말 동부 도시 데이르 에조르 주둔지를 떠나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취해온 이집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아랍연맹(AU)은 이날 아프리카연합(AL)과 공동성명을 통해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될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작전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도 이슬람의 편에 섰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통화해 사태를 논의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에 반대하고 이를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행동은 자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이 격화하고, 북쪽(헤즈볼라와 대치한 레바논 국경)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이란의 참전에 대비해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에 이어 드와이트아이젠하워 항모 함대를 동지중해로 배치했고, 공군 전력을 중동에 추가로 전개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