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공포에 증시 급락…'이런 종목'엔 돈 몰렸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회복세를 타던 증시가 급락했다. 음식료, 통신, 금융 등 일부 방어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팔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공·진에어 신저가

16일 코스피지수는 0.81% 내린 2436.24에 마감하며 지난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는 1.49% 내린 810.5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800선이 위협받았다. 외국인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080억원, 1404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69%에 해당하는 645개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전체 종목의 78%(1259개)가 하락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는 항공·해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84%, 3.89% 내리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팬오션도 장중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지난 13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5.8% 상승한 87.69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가 상승 수혜주로 꼽힌 에너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대성에너지는 상한가(29.98%)에 거래를 마쳤다. 흥구석유(23.7%), 한국석유(9.9%) 등도 강세를 보였다. 에너지 외에는 통신, 금융, 음식료 등 방어적 성격이 강한 주식에 투자금이 몰렸다.

◆방어주로 몰리는 투자자들

대표적 방어주로 꼽히는 KT&G는 2.3% 올랐다. 지난 3월 17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SK텔레콤(0.71%), KT(1.23%), 삼성화재(0.97%) 등 통신주와 금융주도 강세를 보였다. 오뚜기(2.31%), CJ제일제당(1.43%), 하이트진로(1.63%) 등 음식료도 상승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방어주는 KT&G(순매수액 61억원), 하나금융지주(46억원), KT(38억원) 등이었다. 기관은 KB금융, 기업은행 등 은행주를 주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시가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이란이 참전할 경우 유가가 추가 급증하면서 하락세가 깊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중소형주 대신 실적이 개선되는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라는 조언이 나왔다. 코스닥 중소형주는 신용투자 비중이 높아 주가 하락시 반대매매 우려가 크고, 연말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몰릴 수 있어서다. 현행 법상 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가 부과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자동차, 기계, 철강 업종에 주목했다. 내년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 업종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3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에 주목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의명/전효성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