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누리호 주역들 '우주청 신설안'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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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떼놓고 국방 외교 기능 없는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지니어들이 주도하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16일 성명서를 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신설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우주청 결사 반대
전국과기노조 항우연지부는 "한 나라의 정부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행태와 수권 정당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우주개발에 대한 무지와 뻔뻔함, 국민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말장난을 지켜보고 있다"며 "지역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전략을 훼손시키고 방해하면서 잇속을 차리겠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정부와 여당은 국방·외교 조정기능이 없는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외청으로 된 우주청 신설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누리호 개발 주역인 항우연은 배제하기로 했다. 입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경남 사천이 유력하다. 당초 야당은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을 반대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이를 철회했다.
또 당초 취지와 달리 우주청에 연구개발(R&D) 기능을 대규모로 부여하면서 '우주전략 총괄기관'이 아니라 '제2의 항우연'을 사천에 두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300여 명 규모의 우주청 직원 가운데 200여 명을 R&D, 100여 명을 행정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과기노조는 "우주가 연구개발(R&D)이나 탐사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국방·외교가 핵심이 된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기정통부 우주청설립추진단이 주관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작년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다섯 차례 회의, 올해 2월 22일부터 3월 7일까지 진행한 네 차례 회의에서 명백하게 민·군협력을 포함해 우주외교와 우주국방, 위성정보활용 등 부처간 총괄조정을 가장 핵심적인 우주청의 기능으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일선 전문가들의 견해와 정 반대로 우주청이 설계돼 출범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부처 이기주의의 표본과 같은 과기정통부, 쓴 소리를 했다고 표적감사를 벌이는 졸렬함 등은 모두 정부 여당의 작품"이라며 "이대로 우주청이 정부안대로 설립된다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갈 것"이라고 성명서에 적었다.
노조는 "항우연이 흩어지고 고사되면 한국 우주개발도 그렇게 되고 말 것"이라며 "항우연이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되는 것을 반대하고, 그럼으로써 기존 연구조직을 분할하고 고사시키는 방식으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이어 "시대가 요구하는 우주거버넌스 개혁과 우주 전담부처의 역할을 방기하고 우주개발 주역들을 형해화시키는 기형적인 우주청 설립 운영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우연이 주도하는 전국과기노조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다섯 곳이 속해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 산별노조인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와는 다른 노조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