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중동 '전운'…위험자산 원화가치 하락 [한경 외환시장 워치]

사진=EPA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나타내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고개를 들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원70전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1350원에서 3원70전 올랐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2원50전 오른 1352원50전에 출발한 뒤 한때 1355원30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1355원대에서 저항선이 형성되며 소폭 하락해 마감했다. 환율이 오른 것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시장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전 강행을 예고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이스라엘에 우회적으로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 외환시장에선 달러와 엔화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다.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원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하락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위험보다는 아직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외환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13일 내놓은 '최근 중동 사태의 미 달러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동 사태 발생 이후에도 주요국 통화정책이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악화 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을 잠재 위험요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도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9.91포인트(0.81%) 내린 2,436.2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07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5원52전이다. 전 거래일 같은시간 기준가(901원59전)에서 3원93전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