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금의 시대'…금광 ETF 수익률 급등 [글로벌 ETF 트렌드]

금광 ETF, 지난주 미국서 수익률 가장 높아
지정학적 위기 고조되자 안전자산에 수요 몰려
초과수요 현상에 금 가격도 고공행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해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동 지역 내 확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서다. 금광과 연관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덩달아 치솟는 모습이다.

지난 9~13일 한 주간 미국 ETF 시장에서 수익률 기준 상위 10개 상품 중 4개가 금·은광 관련 ETF였다.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금 채굴 ETF(티커명 RING)'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RING의 지난 한 주간 수익률은 8.6%를 기록했다. RING은 MSCI의 선진국 금 채굴 지수를 추종하는 금융상품이다. 최소 30개 이상 선진국 금광 기업에 투자한다.
'반에크 금 채굴 ETF(GDX)'도 지난주 수익률 7.7%를 달성하며 수익률 기준 미국 증시 3위에 올랐다. GDX는 운용자산(AUM)이 110억 5650만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금광 ETF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광 기업에 투자한다. 금광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을 비롯해 2차 가공업체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게 특징이다.

금광과 은광 운영업체에 투자하는 '반에크 주니어 금 채굴 ETF(GDXJ)'도 지난 한 주간 수익률 6.47%를 기록하며 미국 증시 기준으로 수익률 7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은광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은·철강 채굴 ETF(SLVP)'도 6.45%를 달성하며 8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금광 ETF 수익성이 금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자수익, 배당 등 고정 수익을 창줄하지 못하는 금과 달리 금광 업체는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고정수익으로 투자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또 금광 ETF는 각 기업이 금 시장 추이를 보며 미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금 선물 가격이 내려가면 금 생산량을 줄이는 식이다. 사실상 자체적으로 헤지가 가능한 셈이다.금 관련 ETF에 투자 수요가 몰린 배경엔 중동 전쟁이 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며 확전 위기가 고조됐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이란, 레바논 등 주변 국가도 참전을 예고하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전쟁의 여파가 시장을 흔들 것이란 우려 때문에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났다.

국제 금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1온스=33g)당 1845.2달러에 거래를 마쳤던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16일 1931.85달러까지 치솟았다. 10일 새 4.6% 급등한 것이다.

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확대되자 중앙은행의 금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의 원자재 리서치업체 게인스빌 코인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비축량은 3만 8764t으로 추산됐다. 1965년 이후 최대치다. 각국 국부펀드도 포트폴리오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며 매수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올해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금 수요가 급격히 확대했다"며 "튀르키예를 비롯한 신흥국 기관투자가가 통화 약세에 대비해 금을 매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계의 불확실성도 금 가격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된 뒤 공화당 내부에서 차기 하원의장을 두고 내분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분열이 심화하면서 미국 정계에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유력 후보인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강경파에 밀려 자진해서 사퇴했고, 차기 후보인 법사위원장도 강경파에 뭇매를 맞는 중이다.

강경파의 입김이 세지면서 임시 예산안에 대한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의 결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모를 것이란 관측이다.
미 중앙은행(Fed)도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인상되면 금을 매수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늘어나서다. 고금리 시대의 이자수익을 금의 안정성과 맞바꾸는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 달에 Fed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4.8%로 내다봤다. 사실상 추가 인상은 없다는 주장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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