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유로화-달러 패리티' 시대 온다"

사진=REUTERS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이 유로화와 달러화의 패리티(환율의 등가 교환)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동 전쟁으로 수입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유럽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와 동등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JP모간은 16일(현지시간) "올해 연말까지 유로화 전망치를 1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도 "유럽의 경기 침체가 미국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는 지속적인 견해를 감안할 때 유로화-달러화의 패리티가 6개월 내에 달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로화는 최근 1.0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라보뱅크 노무라 RBC캐피털마켓 등 글로벌 은행들이 연말연시 유로화 전망치를 1.02달러로 낮춘 데 이어 미국 월가 대형 은행들까지 유로화 약세 전망에 가세한 것이다.미국 경제 호조로 달러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짐에 따라 달러 대비 유로화는 7월 중순 정점을 찍은 이후 6% 가량 하락했다. JP모간은 "최근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럽은 성장세 둔화 국면에서 더 긴축된 금융 여건, 잠재적인 지정학적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유럽 경제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인 TTF 가격은 현재까지 26%가량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화 가치가 패리티로 떨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달러 아래로 급락했던 작년 하반기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도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 전망을 보탰다. 골드만삭스는 "올 여름에 발표된 유럽 경제 지표가 기대치에 미달했을 뿐만 아니라 유가와 가스 가격의 상승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적자 예산안을 편성함에 따라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채권 투자자들의 우려도 유로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이탈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2.01%로 벌어져 기준선(2%포인트)을 돌파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