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냉동 김밥 돌풍…"생산능력 열 배 늘린다"[하수정의 티타임]

이호진 올곧 대표 인터뷰

바바김밥, 내년 상반기 美 대형유통사 추가 입점
구미의 신생 제조사 3년만에 미국서 대박
수요 폭발에 생산능력 증설 추진
제공=올곧
미국 유명 유기농 매장에서 냉동김밥 품절 사태를 일으킨 국내 중소기업이 전세계 1위 회원제 유통채널을 또 뚫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K김밥’ 열풍이 뜨거워 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호진 올곧 대표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형 유통회사에 내년 상반기 중 입점을 추진 중”이라며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입점 지역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곧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판매하자마자 한달도 안돼 수백 만 줄 분량의 250t 초도 물량이 완판(완전판매)된 냉동김밥을 제조한 화제의 주인공이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올곧은 설립 3년된 신생 식품업체로 2022년 3월 냉동김밥을 론칭한 후 1년여만에 미국에서 대박이 났다.

미국 틱톡커들이 냉동김밥에 대한 후기를 올리기 시작한 후 매장에선 제품이 동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느 동네에 가면 살 수 있는지, 언제 재입고되는지 정보가 공유되는 등 순식간에 ‘핫’한 음식이 됐다.

이 대표는 “냉동김밥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해외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보다도 훨씬 빨랐다”고 했다. 내년부터 미국 유통사에 추가 입점이 되면 한국 김밥에 대한 해외 인지도는 급격이 높아질 것이란 게 이 대표의 기대다. 미국 전역에 59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 유통사는 3억4000만 명의 미국 인구 중 1억2000만 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냉동김밥 신화를 쓴 국내 중소기업 올곧의 이호진 대표(가운데)가 최근 독일 식품박람회 '아누가'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공=올곧
이 대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냉동김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생산능력을 10배로 확충할 방침이다. 증설 투자가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하루 김밥 생산량이 3만개에서 30만개로 늘어난다. 증설이 완료되면 국내 납품처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는 ‘바바김밥’이란 브랜드로 신세계 쓱닷컴 등 일부 유통사에만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와 김밥과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당초 제조 공장을 짓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김밥공장 설립 의뢰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김밥공장 설립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아, 직접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2020년 뛰어들었다”며 “1년 넘게 냉동김밥 개발과 생산시설 투자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대박이 났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22년 3월 제품을 론칭하고 광고비에 7억원을 들였지만 첫 달 매출은 4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러다 그 해 6월 일산 킨텍스 식품박람회에서 미국 벤더와 수출 상담이 성사되며 사업 분위기는 역전됐다. 이 대표는 독일 식품박람회 아누가에서도 5일 내내 자리를 지키며 해외 고객을 맞았다. 한 번의 상담으로 사세가 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체험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적자다. 영하 45도 급속냉동, 김밥 식감 유지를 위한 3단 용기 특허 출원 등 연구개발비와 설비 투자에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서다. 냉동김밥 시장에 적극 대응하려는 식품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이 대표에겐 고민거리다.

이 대표는 “냉동김밥은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을 개척한 일종의 혁신”이라며 “일찍 뛰어든 만큼 한동안 선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냉동김밥이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경쟁상대는 '김밥천국'과 같은 김밥전문점이 아니다. 냉동만두나 라면, 빵 같은 간편식 제품이다. 그는 "냉동제품이 냉장보다 신선도나 품질이 뛰어나다"며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가정 뿐 아니라 신선제품의 폐기율이 많아 고민하는 편의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려는 PC방 등 국내에서도 냉동김밥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