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1.7조원에 고혈압 치료제 인수…두달새 세번째

중국 바이오기업 고혈압 치료제 후보물질 인수
미국·유럽·아시아 600명 환자 대상 임상 3상
신장질환 치료 새 지평 연 케렌디아 경쟁자
노보노디스크 제공
노보노디스크가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고혈압 치료제 후보물질을 13억달러(약 1조750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 8월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 두 곳을 인수한 이후 두 달 만에 세 번째 인수 발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KBP바이오사이언스가 가진 고혈압 및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 후보물질 '오세두레논(ocedurenone)을 올해 말까지 13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현지시간 16일 밝혔다.올해 하반기에만 세 번째 인수 발표로 심혈관 및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8월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인버사고를 약 10억달러, 엠바크 바이오테크를 약 5억달러에 각각 인수한 바 있다.

쯔엔후아 후앙 KBP바이오사이언스 회장은 "만성질환 관리 분야 글로벌 리더인 노보노디스크에 횃불을 넘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세두레논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세두레논은 경구투여 방식의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nsMRA)다. 신체의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인 알도스테론이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을 막아 혈압이 올라가지 않도록 막는다.오세두레논은 BLOCK-CKD 임상 2상을 포함해 지금까지 9개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BLOCK-CKD 임상시험에서는 3b/4기 만성신잘질환 및 비조절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축기 혈압 개선을 확인했다. 임상 시험 중 고칼륨혈증, 급성 신장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CLARION-CKD 임상 3상은 2021년 말 첫 환자 투여를 시작으로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총 150개 이상 시험기관에서 600명 이상 환자에게 투여될 예정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추가적인 심혈관 및 신장질환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도 시작할 계획이다.

오세두레논은 시중 판매 유사 약물에 비해 반감기가 더 길고 수용체 친화력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틴 랑거 노보노디스크 수석 부사장은 "오세두레논이 고혈압 치료에 있어 동급 최고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고 발표했다.오세두레논의 경쟁 제품으로는 바이엘의 케렌디아(Kerendia·성분명 피네레논)가 있다. 케렌디아는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첫 번째 치료제라는 점에서 신장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장질환은 진단 직후부터 빠르게 개입해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케렌디아 이전에는 고혈압 치료제의 간접적인 기전을 이용해 신장질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케렌디아는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 조절 작용에 주로 작용해 혈압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신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렌디아는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케렌디아는 올해 2분기에만 7260만달러(약98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9년에는 14억달러(1조9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한편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수요가 늘며 지난 13일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을 40~46%로 상향조정했다. 이전에 발표한 31~37%보다 10%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7일 10시 50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