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최적 개청시기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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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 前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감상적인 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웠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최근 몇 달 사이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 인도, 일본이 연달아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나라 안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전담기구 설치를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글렌 연구센터 25년, 암스트롱 연구센터 7년 근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에서의 32년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제언하자면, 현재 반도체와 자동차산업 외에는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는 한국경제에 우주항공 분야는 새로운 희망이다. 나사에 근무하는 약 2만명 연구원들의 전공은 항공우주는 물론 기계, 전기, 전자 등 매우 다양하다. 한국은 전자와 전기는 물론이고 우주항공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배터리 기술력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우주항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나사 같은 형태의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설립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우주항공은 반도체나 자동차 못지 않은 한국의 중요한 산업 분야가 되리라 확신한다.
우주항공청 지금이 '론치 윈도우'…조속히 설립돼야 실기 안해
문제는 시점이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모든 발사체는 기술적으로 론치 윈도우(Launch Window)를 갖기 마련이다. 론치 윈도우는 발사체가 향하는 곳의 여건이나 발사체 성격에 따른 적절한 발사가능시간대를 의미하는데, 이 시기에 발사되지 않은 발사체는 다음의 론치 윈도우가 열릴 때까지 대기했다가 재도전 해야 한다.우주항공청 설치는 한국의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첫 번째 발사체나 다름없다. 현재는 우주항공청의 론치 윈도우가 국회, 산업계에 걸쳐 활짝 열려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제출된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 매우 염려된다.
미국의 문화적 특성도 있겠지만, 나사의 경우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특히 과거 나사의 뼈아픈 실패로 손꼽히는 챌린저호 사례가 연구자들이 이미 감지했던 기술적 결함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시된 것이 큰 패착이 되었던 탓에, 이후 나사는 더욱 더 정권의 변화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미국은 여야를 막론하고 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사가 안정적인 연구개발 기능을 진행하고, 상용화 단계가 되면 민간에 기술 이전을 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중요한 주춧돌의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전세계를 지배하는 강국이 되었다.우리나라에서 우주항공청 설치에 지금보다 더 좋은 대내외적 환경이 다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도 우주강국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 항공분야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전투기 개발에 매진하는 것처럼,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전기추진 항공기와 같은 선도형 기술 개발에도 국내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우주항공 민간기업도 700여개를 넘어섰고, 그 중 일부는 국내 최초의 민간 우주발사에 성공하거나 해외의 우주전담기구들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며 자체적으로 해외 발사대를 유치하는 등 개별적인 역량 강화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연구개발 기능 민관 상생 협력 토대 될 것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어 달과 화성으로 탐사선을 띄워 보내고 있고, 한국도 그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성과와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개발, 1930년대의 제트기 출현 이후,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전기 항공기와 UAM 등의 항공분야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도 우리에겐 기회다. 이러한 시기에 산재된 우리나라 우주항공 기술 경쟁력을 한 데로 끌어 모을 우주전담기구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생각된다. 나사와 같이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결집하여 시너지가 나게 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설립이 절실한 이유이다.최근의 보도에서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 기능이 국회 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고 확인했다. 개인적으로는 청의 연구개발 기능이야 말로 전문 연구기관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자 민관의 상생과 유기적 협력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다 시급한 것은 우주항공청의 개청이다.
부디 우주항공청 설치의 론치 윈도우를 놓치지 않도록 국회에서 신속한 법안 처리를 해 주시기를 촉구한다. 우주항공청이 발사체, 인공위성 기술은 물론 전자, 전기, 배터리 등 이미 갖추어진 기술력을 활용하여 우주항공 산업 발달의 이니셔티브를 제공하게 된다면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 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부디 여야가 합심하여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속히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