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년간의 경제 황금기 끝나…관료주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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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서 뜨거운 '유럽의 병자' 논쟁“유럽의 맹주인 독일이 또다시 ‘병자’가 된 게 사실인가?”
독일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지난 11~13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기자들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고 “비관론은 부적절하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독일의 경제 기반은 탄탄하고, 우리는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반등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독일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견해도 대체로 이와 같았다. 독일에 처음 ‘유럽의 병자’ 딱지가 붙은 1998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25년 전 처음 병자 판정을 내린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베를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독일이 다시 병석에 누웠다는 진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일은 노동력 부족과 에너지정책 관련 오판, 케케묵은 관료주의 등 중대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10년간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했다. 다만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독일 경제 체질은 매우 강해졌다”며 “고용률이 사상 최고 수준이고 정부 재정도 주요국 대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소비·생산 지표에만 근거한 판단에는 오류가 있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 기준 독일의 고용률은 77.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독일 정부는 2010년 82%에 육박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63% 수준으로 낮췄다.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독일 정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차이”라며 “중도좌파에 개혁 추진 동력을 방해받은 1995~2002년에 비하면 현재 집권 여당에는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클레멘스 퓌스트 독일 IFO경제연구소 소장도 “병자라는 표현은 단기적으로 사실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그렇지 않다”며 “독일이 직면한 도전 요소들은 1998년과 다르다”고 했다. 25년 전에는 실업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노동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를린·뮌헨=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