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허덕이는 獨, 일할 수 있는 난민 수용을"

1960년대 파독 간호사 사례처럼
숙련인력 흡수, 노동력 확보해야
“독일 산업에 투입될 만한 자격을 갖춘 난민을 받아들여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2003년 그가 시행한 구조개혁인 ‘아젠다 2010’의 뒤를 이어 ‘아젠다 2030’을 추진할 수 있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겠냐는 질문을 받고서다.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의 중장기적 구조개혁 과제로 ‘난민 정책’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인력난을 겪는 독일 노동시장에서 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무작정 수용하는 게 아니라 누가 독일로 올 난민인지 아닌지를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하게 난민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독일 사회가 필요한 인력을 흡수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난민은 독일에 오자마자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숙련 인력)이 아니다”며 “함께 일할 수 있으려면 독일어를 배우고 사회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과거 바람직한 외국인 인력 정책으로는 1960년대 파독 간호사와 광부 사례를 들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간호사와 광부가 부족했던 독일에 한국인들이 와서 일해줬기 때문에 독일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며 “파독 간호사가 독일인과 결혼해 정착한 경우도 많아 사회적 통합까지 이룬 이민의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슈뢰더 전 총리는 난민 수용 과정에서 커지는 극우세력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난민 때문에 살기 어려워진다고 느낀다면 극우성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반이민·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일 사회로 들어오는 난민을 관리하는 정책이 있어야 자국민의 불안을 줄이고 극우세력이 활개 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유럽 국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모든 난민을 독일이 혼자 받아들일 순 없다”며 “유럽연합(EU) 국가가 각각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버=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