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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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경제
인터뷰 - 슈뢰더 前 총리의 진단
제조업 강국이었지만 비싼 에너지값에 기업들 해외 떠나
잇단 정책실패로 역성장…25년 만에 다시 '유럽의 병자'로

2016년부터 이 백화점에서 주얼리숍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최근 한식당으로 전업한 한국인 이모씨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원래부터 생필품 외 소비는 최소화하는 등 검소한 독일인들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현재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가격이 저렴하거나 할인하는 메뉴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최근 3년 새 두 차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내년 1월까지 전체(129개)의 40%에 해당하는 52개 매장 문을 닫을 계획이다.침체한 분위기는 수출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4일 독일 최대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의 수출항에서 만난 마티아스 슐츠 홍보담당 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재고가 급증하면서 수입업체 창고가 가득 찬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함부르크항의 화물 처리량은 5820만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올해 독일은 주요 20개국(G20) 중 아르헨티나와 함께 유일하게 ‘역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독일이 25년 만에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독일 경제의 추락은 다양한 구조적 병폐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정책 실패를 거론하는 이가 많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제조업 강국인데 너무 섣부르게 탈원전을 추진하는 바람에 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며 “비싼 에너지 가격 때문에 독일 기업이 하나둘 미국 프랑스 등으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크푸르트·함부르크·하노버=장서우/허세민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