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느와르 대작 만든다"…범죄도시·카지노 감독의 야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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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감독, SXSW 참석18일(현지시간) 오전 호주 시드니테크놀로지대학(UTS) 영화관. 200명의 현지인이 가득 채웠다. 이들은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 영화 '범죄도시'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등장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디즈니+와 후속작 진행중
도굴 소재로 10부작 계획
캐스팅 미정, 제작비 기밀"
"누구나 이야기에 갈증
위기의 영화계 살아날 것"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콘텐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시드니(SXSW 시드니)'의 영화 세션에서 강 감독은 '한국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전 세계를 장악했나'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세미나를 마치고 난 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후속작 구상을 밝혔다.강 감독은 "디즈니와 협의해 조선시대 도굴을 소재로 하는 시대극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다"며 "10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고 캐스팅은 미정이고, 제작비도 기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드라마 업계가 위기에 휩싸였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의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과 디즈니의 다른 드라마 '무빙' 등이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와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기대를 모았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1947 보스톤', '거미집'은 상당한 손실을 봤다. 영화관인 CJ CGV는 순손실을 이어가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강 감독은 "코로나19로 개봉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며 "개봉 시기를 놓친 작품이 많은 만큼 최신 작품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지 않았고 돈이 순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흥행하면 그 자금으로 다시 신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막혔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영화계의 돈이 돌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볼 영화가 없다고 한다"며 "이야기와 메시지에 집중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전망은 밝게 봤다. 그는 "누구나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며 "그만큼 한국 영화관과 영화계는 시기의 문제이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식이 영화"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의 힘이 상당한 만큼 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전 세계 관객을 이끄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며 "한국 콘텐츠가 다루는 가족 이야기, 사회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비롯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며 "과거에는 한국 관객만 노리고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을 고려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도시를 통해 '장첸(윤계상 분)',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 분)' 등 두드러진 악역 캐릭터를 설계해 주목받기도 했다. 강 감독은 "이들 캐릭터는 주변에서 인물을 많이 관찰하고 파악한 결과"라며 "배우들의 특성을 캐릭터에 맞게 녹이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생생한 대사를 쓴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배우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대본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바꾼다"며 "구체적 대사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앞으로 콘텐츠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겐 "인공지능(AI)이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며 "진솔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드니=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