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에 세계 제패한 지휘자 메켈레 "일단 들으면 인정하게 될 겁니다"

핀란드 출신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첫 내한

오는 28·30일 오슬로 필 이끌고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 선보여

"모든 해석과 움직임엔 분명한 근거 있어야"
"파눌라의 가르침, 지휘자로서 거대한 자양분"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빈체로 제공
포디엄은 더 이상 노장(老將)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된 스물 일곱 살의 '젊은 거장' 클라우스 메켈레만 봐도 그렇다. 서른도 채 안 된 젊은 지휘자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직함만 세 개다. 2020년 24세에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 자리에 올랐고, 그 이듬해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자리까지 꿰찼다. 지난해부턴 RCO의 예술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핀란드 출신 천재 지휘자 메켈레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오는 28일과 30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이끌기 위해서다. 2021년 오슬로 필하모닉, 2022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내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모두 불발됐다. 그가 생각하는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메켈레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휘자는 언제나 음악적으로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지휘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그의 음악을 현실로 가지고 오는, 작곡가를 위한 일꾼"이라고 했다.

"리허설에서 보여주는 모든 해석과 움직임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해요.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죠."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빈체로 제공
메켈레가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한 건 12살 때부터다. 시벨리우스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해 핀란드 지휘계의 거장 요르마 파눌라에게 지휘를 배웠다. 파눌라는 에사 페카 살로넨, 사카리 오라모, 수잔나 멜키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길러낸 전설적인 인물. 메켈레는 “파눌라는 그 누구에게도 어떻게 지휘해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며 “우리가 음악에서 어떤 것을 찾아내서 구현해야 하는지,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적인 방향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수업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멋졌던 부분은 매주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할 수 있단 것이었어요.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아니었지만, 연주자들 앞에서 자주 지휘하면서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지휘자로서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갖춰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죠. 지휘를 마치면 항상 파눌라는 내게 값진 조언을 해줬고, 제자들끼린 서로의 지휘를 비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제가 지휘자로서 성장하는 데 거대한 자양분이었어요."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빈체로 제공
메켈레는 이번 공연에서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와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재니 얀센 협연)은 두 공연 모두에서 연주된다.메켈레의 고국인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오슬로 필하모닉의 시그니처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앞서 이들은 데카 레이블을 통해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녹음 음반을 내기도 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은 오슬로 필하모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에요. 100여년 전 시벨리우스가 직접 오슬로 필하모닉을 여러 차례 지휘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음색에 시벨리우스 전통이 담겨있죠. 교향곡 2번과 5번은 시벨리우스가 가진 로맨틱한 모습과 어두운 모습 모두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오슬로 필하모닉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강한 오케스트라입니다. 모든 파트가 깊으면서 강한 소리를 갖고 있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낼 줄 알죠. 전 수석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20년 넘게 악단을 이끌며 쌓아온 디테일한 접근 방식도 남아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많은 말이 필요할까요. 일단 우리의 연주를 들으면 바로 인정하게 될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