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플레이션' 시대…엔터테인먼트 비용 부담 커진다

사진=AP
코로나19 이후 공연 관람과 놀이공원 입장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지난달 초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격 인상 탓에 각종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37%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60%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이와 관련해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시카 레이프 에를리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펀플레이션(Fun+Inflation)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경험 소비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매사추세츠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안젤라 웬팅크 씨(48세)는 "나 때만 해도 정기적으로 본조비 콘서트를 보며 자라왔다"며 "그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올해 초 아마존에서 해고된 뒤 퇴직금으로 수표 한 장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투어를 한다는 소식에 그는 절망했다. 웬팅크는 "딸이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에 너무나 가고 싶어 했지만, 좌석 하나에 수천 달러를 지불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펀플레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대중음악 공연이다. 올해 북미지역을 순회하는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 평균 가격은 120.11달러로 작년보다 7.4% 올랐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로는 27% 뛰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입장권의 액면가 평균은 254달러다. 재판매되는 티켓의 평균 가격은 1095달러(약 148만원)에 달한다.미국 최대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는 최근 1일 이용권의 가격을 194달러로 15달러 올리기도 했다. 미국 경제분석국의 8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영화, 라이브 공연,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관람용 티켓에 지출하게 될 비용은 올해 총 9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844억달러) 대비로는 12.5% 높고, 작년보다 23% 급증한 규모다. 테마파크, 캠핑장 등에 대한 입장 수수료 지출 규모 역시 올해 799억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3.4%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