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아파트 입주민 보상 놓고 LH-GS건설 줄다리기…입장 차 여전

입주 예장자 주거지원방안 놓고 합의 안 돼
GS건설 제안에 LH가 상향 조정 요구
"LH도 발주처로서 책임…양측 핑퐁 게임 해선 안 돼"

LH는 시공 지연에 따른 보상금 받아야 하고
GS건설은 남은 공정 33%에 대한 공사비 받아야
국토부 관계자 입주민 불편 최소화가 우선시 돼야"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모습. 한경DB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인한 입주 예정자 보상 문제를 놓고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 GS건설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입주 예정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양사가 빨리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중재를 시작했지만 부실시공의 책임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커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이 주관해 검단 아파트 관련 LH와 GS건설의 주요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국토부가 주관해서 양측이 만난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사안별로 입장 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알려졌다. 법적으로는 국토부가 중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이 지난 7월 초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당초 12월이었던 입주 예정일은 5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가 늦어지면서 입주 예정자들과 계약 당사자인 LH는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계약금과 이미 납부한 중도금에 대한 이자와 지연 위로 보상금 등을 포함해 가구당 약 9000만원 수준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이다.

입주 지연으로 인해 향후 주거계획을 다시 세워야할 입주 예정자를 위해 전세자금 등을 지원하는 주거지원방안도 제시해야 하지만 LH와 GS건설은 세부 내용에 합의하지 못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GS건설은 '6000만원 무이자 대출' 혹은 '3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7500만원 유이자 대출' 등 2가지를 제시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3억5000만원 무이자 대여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입장 차는 GS건설은 인천 서구의 같은 평형 전세 시세인 2억400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데 비해 입주 예정자들은 검단신도시의 전세 시세를 기반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H는 GS건설에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주거지원비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억1000만원을 무이자 대출해준 광주 화정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과 시행을 모두 맡은 사업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LH도 발주처로서 책임이 있는데 GS건설에만 떠넘기고 있다"며 "양측이 책임을 미루면서 입주 예정자의 불편함과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LH와 GS건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입주 지연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한 입장 차 때문이다. LH 측은" GS건설이 협의 없이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들었고 비용 부담도 다 한다고 하지 않았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체보상금을 지급하는 건 맞지만 지체 사유가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배임까지도 몰릴 수 있어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시공사인 GS건설은 철거와 재시공은 자사가 하겠지만 발주처로서 LH가 할 일은 빨리 처리해달라는 입장이다. 철거를 위한 인허가와 감리, 무량판 뺀 지하주차장 설계변경 등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량판 구조가 아닌 라멘구조로 설계하면 땅을 더 파야하기 때문에 공사비를 더 올려줘야 하는 문제도 있다. 또 공정률 67%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남은 공사비 33%를 LH가 GS건설에 어떻게 지급할지도 양측이 합의해야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서 공사 지연으로 인해서 GS건설이 LH에 지급해야할 보상금도 있어 이를 어떻게 계산하고 상계할지도 복잡한 문제다.

LH는 GS건설이 다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고, GS건설은 발주처도 책임이 없지 않다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LH와 GS건설이 모두 잘못이 있다는 사고조사결과 발표에도 LH가 최근 자꾸 책임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양측이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입주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열릴 국회 국토위 종합국감에서도 이 문제는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 문제는 조만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너일가 4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가 해결해야할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허윤홍 미래혁신대표가 LH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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