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의약품 조세특례제한법 확대 지원 절실하다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장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6대 바이오강국 도약’을 목표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지난 3월 국회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하고,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증가분의 경우 올해만 10% 추가 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을 통과시켰다. 7월에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포함하고 세제 혜택 대상에 세부 기술과 사업화 시설을 추가하기도 했다.다만 ‘공제 범위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현재 법령에서는 제24조(통합투자세액공제) 제1항 제2호 가목2를 통해 ‘국가전략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시설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로 세제 혜택 범위를 지정하고 있다. 실제 산업 육성을 위한 ‘건축물’에 대한 세액 공제가 대통령령을 기반으로 제외된 것이다.

백신이나 바이오 연구·생산 시설은 다른 산업과 달리 특수 시설로 설계되므로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수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백신 및 바이오산업 육성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경영상 건축물에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력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의 경제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제품 개발은커녕 기술을 해외로 넘겨버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등의 육성을 위해선 초기 인프라 투자에 실질적 지원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중 하나가 건축물에 대한 세액 공제다.조세특례제한법에서 건축물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는 현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기술패권 시대에는 첨단 기술 분야의 생산 네트워크 확보가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실질적 세제 혜택을 통한 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세수 부족 문제를 기업과 정부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전 세계 정부의 최대 목표 중 하나는 바이오의약품의 ‘기술 주권’ 확보다.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이나 생산, 유통 따위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바이오의약품 기술 주권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그 중요성이 알려졌다. 감염병 등으로 인한 국가 보건안보 위급상황 시 백신 및 치료제를 적시에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세제 혜택을 통한 인프라 구축 및 투자 활성화가 기술 주권 확보의 첫 단추인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바탕으로 국가전략기술 관련 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바이오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의지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