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처럼 기획…억대 매출 간편식 내놨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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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라운지“오디션을 치르듯이 제품을 기획합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아이템을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만든 게 충성 고객들을 잡은 비결이죠.”
임승진 윙잇 대표
간편식 3000여종 보유 플랫폼
AI 분석 등 46단계 거쳐 개발
B2B 식자재 공급 사업도 진출
美에 '냉동깁밥' 11t 수출 성과
간편식 커머스 플랫폼 윙잇의 임승진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윙잇은 3000여 종의 간편식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프리미엄 한식 ‘고른’, 식단관리 브랜드 ‘랠리’, 한식 디저트 ‘방아당’ 등 다양한 PB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11억원. 임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150억원가량 매출이 더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윙잇의 핵심 경쟁력은 내부에서 직접 기획한 간편식 PB제품이다. PB 제품 수는 전체 상품의 10% 수준인 300여 종. 하지만 윙잇 매출의 60%가 PB에서 나온다. 임 대표는 “PB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은 게 윙잇의 특징”이라고 했다. 윙잇 플랫폼 내 재구매율은 70%에 달한다.
윙잇이 개발해 시장에 유행시킨 ‘히트작’도 여러 개다. 대표적인 제품이 2020년 3월 출시한 양념 LA갈비다. 고객 후기를 분석하고 데이터화해 기획했다. 출시 후 매월 꾸준히 억대 매출이 나오는 ‘효자 PB’다. 임 대표는 “기존 LA갈비는 비계가 많고 식감이 질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포착했다”며 “비계를 손으로 다 떼고 파인애플로 연육 작업한 제품을 내놨더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K푸드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곤약 김밥, 젊은 층에게 각광받은 우유 백설기 등도 윙잇이 온라인에서 유행시킨 제품이다.
고객 설문과 검색어 트래킹,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6단계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주 단위로 리포트를 만들고 식품 트렌드와 고객 반응을 확인한다.임 대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제품을 선별해 PB를 만들어 자체 플랫폼에 선보이고 인기를 끌면 다른 플랫폼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간편식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3040 여성이나 1인 가구가 간편식을 많이 이용했다면 이젠 자녀들을 독립시킨 5060세대도 간편식으로 넘어오는 추세”라고 했다. 원래 10% 안팎이던 남성 고객 비중도 최근 25%로 늘었다. 간편식 소비층이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윙잇은 B2B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식당 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간편식 등 식자재를 공급하는 사업을 올초 시작했다. 요식업계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간편식을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B2B 서비스인 ‘윙잇 비즈’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현재 1400곳이 넘는다.임 대표는 “서울 강남에 직접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며 “간편식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13개국에 수출도 시작했다. 최근 미국 주요 유통 채널로부터 11t 규모(약 5만2000줄)의 냉동김밥 주문을 이끌어냈다. 곤약과 흑미, 귀리 등 건강한 원재료를 앞세운 점이 미국 시장에 통했다. 임 대표는 “해외에 특화된 PB도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