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산학 협력모델'로 지방소멸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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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 대기업·200개 中企 참가…'지산학 엑스포' 개최“미국 수출 실적은 있는데 국내 판로가 좀처럼 열리지 않습니다.”(부산 중소기업 A사 담당자)
대학·기업 간 산학협력 체계에
市가 조정자로 나서 참여 유도
AI·의료분야 등 새 먹거리 창출
지역 '산업 생태계 선순환' 기대
“기술력이 있는 회산데 안타깝네요. 현장 실사를 거쳐 판로 확보를 지원해 주겠습니다.”(김승희 부산 기업애로지원센터장)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지산학(지방자치단체·산업·대학) 엑스포’의 한 기업 부스 현장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김 센터장은 기자에게 “A사는 산업용 설비와 기자재를 생산하던 곳을 다각화한 사례인데 국내 유통 환경은 수출할 때와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와줄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했다.
○“지방 살리기 해법 기대”
부산시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여는 ‘2023 지산학 엑스포’에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 70곳이 문을 두드렸다. 기존 산학협력 체계에 부산시가 조정자로 나선 결과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인공지능(AI), 의료산업, 전력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등 기업 중심의 사례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이 행사의 혁신 기술 구매 상담회에는 포스코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70여 곳의 대기업과 공기업이 참여했다. 중소기업은 200여 곳에 달한다. 포스코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행사의 최대 후원사 역할을 맡았다.시가 지난해부터 출범시킨 지산학 협력 사업은 부산 대학 21곳(전문대 포함)과 지역 기업 간 산학협력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시가 중재자로 나서 산학협력 주체 간 신뢰를 쌓고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를 주축으로 RISE(대학지원체계) 시범사업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인재를 양성한 뒤 이 인재가 지역에 정주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산학 엑스포 개막일인 17일 부산시와 협약을 맺어 동반성장 담당관을 지정하고 중점산업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치형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처장은 “부산의 지산학 협력 체계가 지방 소멸을 막을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병원까지 연결…첨단기술 산실
부산시 지산학협력과를 중심으로 산학협력 체계가 가동되지만 업무는 사실상 시 경제 관련 부서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에 둥지를 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부산의료센터는 부산시와 지역 대학병원(부산·동아·고신·인제대), 기업을 연계하는 ‘지산학연병(지자체·산업·대학·연구기관·병원)’ 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수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지식재산권화한 뒤 부산 의료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이다.정신질환 관련 환자군 분류기법(동아대병원), 치아 진단 학습용 데이터 구축(QTT·스타트업), 전동휠체어 사용자의 도로 주행 안전성 향상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개발(HealthAI·스타트업) 등 협력 기관은 다양하다. 특히 섬유 소재 개발 플랫폼 구축(260억원)과 지능형 헬스케어 제품 기반 실증사업 지원(210억원) 등 대규모 예산이 지원되는 국가 공모사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