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상 오른 돼지머리에 5만원 꽂은 조합장 벌금형
입력
수정
지면A25
법원 "공정선거 저해 행위"조합장은 조합 행사의 고사상에 오른 돼지머리에 현금 5만원만 꽂아도 위법 행위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형사9단독 임영실 판사는 18일 전직 농협 조합장인 A씨(69)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제도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반성하고 있고 기부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했다.A씨는 광주의 한 농협 조합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월 1일 해당 조합의 산악회가 주관한 새해맞이 행사에 참석해 고사상 돼지머리에 5만원권 한 장을 꽂았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기부행위라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조합장은 재임 중일 때 투표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을 상대로 금전이나 물품, 그 외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각종 사교·친목단체, 사회단체의 구성원으로서 해당 단체의 정관이나 운영 관례에 따라 종전 범위 안에서 내는 회비는 예외로 인정한다. 이는 공직선거법을 적용받는 선출직도 마찬가지다.
A씨는 올해 초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입후보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선거사범만 836명에 달한다. 위법행위로 입건된 사람은 1441명으로 이 중 금품선거 혐의를 받은 사람은 1005명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