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분노 불지른 참사…이스라엘 vs 하마스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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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병원 폭발에 확전 우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이슬람권을 휩쓸고 있다. 이란 이집트 등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복수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의 소행”이라고 일축하고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확전을 막기 위해 중동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쪽이 벌인 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의견에 동조했다.
이스라엘 "테러단체 로켓 오발"
바이든도 지지 "국방부서 확인"
하마스 "이스라엘 관여 증거낼 것"
이슬람권 反이스라엘 시위 확산
美, 코인 등 하마스 돈줄 차단
○폭발 주체 놓고 책임 공방
18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사고로 수백 명이 다치거나 사망했고, 희생자들이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사망자가 50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국제기구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시티 일대의 다른 병원들은 알아흘리병원 폭발 사고 부상자까지 이송돼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슬람권에선 폭발을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군이 과거 수차례 병원 학교 등을 폭격한 뒤 발뺌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의 치명적인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5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란 테헤란의 영국·프랑스 대사관 앞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 등 중동 곳곳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져 현지 경찰과 충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이스라엘군은 드론 촬영 영상을 제시하며 “폭발 형태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의 무기 체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는 공습작전 또는 오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폭발 당시 하마스 첩보원들이 오발 상황을 언급한 감청 녹취 내용도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서 한 하마스 대원은 “병원 뒤 묘지에서 이걸 쐈고, 오발로 거기에 떨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원도 “미사일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라 이쪽(이슬라믹지하드) 지역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병원을 공격한 건 야만적인 테러범들이라는 것을 세계가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전 폭발 사고에 대해 “(이스라엘군이 아니라)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담 후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방부에서 보여준 데이터”라고 답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도 폭발 책임을 두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중동 전체로 전쟁 확대되나
책임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확대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상군이 진입하면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 주민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며 이스라엘군과 충돌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스라엘에 협조적 자세를 보인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비판하며 하마스 지지 구호를 외쳤다.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던 주변국 정부도 여론에 밀려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아바스 수반이 회담을 취소하자마자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이후 처음으로 하마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와 관련된 9명의 인사와 1개 단체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와 수단, 튀르키예, 알제리, 카타르 등을 기반으로 하마스의 자금을 관리했다.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과 연결된 금융 조력자,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 등도 포함됐다.
이현일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