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헤즈볼라 참전시 군사력 사용 가능성 검토

사진=AFP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참여할 경우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당국자 3명과 이스라엘 당국자 1명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참전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 군사력을 사용하는 시나리오가 최근 며칠 동안 여러 백악관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공격 범위와 이스라엘의 대응 능력에 따라 군사 개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미국 정부는 헤즈볼라의 참전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대응을 하고 있으며 반대 시나리오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미군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혀왔다. 다만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번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미군 투입 시나리오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재자를 통해 이란과 헤즈볼라로부터 얻은 반응은 ‘그들이 사태 확대를 원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할 경우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긴장은 심화해 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 연일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최근 며칠 간 이스라엘 기지에 로켓과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스라엘도 맞대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면전 수준의 충돌을 벌어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확전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과 헤즈볼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공식·비공식 메시지를 보냈다. 전쟁 억지력을 확대하기 위해 2개 항모전단과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제26 해병원정대 등 기타 군사자산을 동부 지중해로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과도한 보복'을 자제시키고 있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개입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최근 통화에서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가능한 한 자제해 달라”며 헤즈볼라와의 심각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