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과징금 세졌다…스프링 업체에 54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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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강화된 기준 첫 적용공정거래위원회가 침대 스프링 등에 쓰이는 강선 제품 가격을 6년 가까이 담합한 10개 제강사에 총 5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 12월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을 관련 매출의 최대 10%에서 최대 20%로 두 배로 올린 뒤 더 세진 기준을 적용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18일 강선 제품 가격 담합 혐의로 만호제강, 홍덕산업, DSR제강 등 10개 제강사에 과징금 총 548억6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중 만호제강 등 6곳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공정위에 따르면 10개 제강사는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모임과 전화를 통해 강선 제품의 가격 인상·유지에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강선 제품은 침대 스프링에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자동차·정밀기계·통신선 등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담합 시작 전인 2016년 3월 정밀기계용 강선 가격은 ㎏당 1250원이었지만 지난해 2월에는 1750원으로 약 40% 올랐다. 침대 스프링용 제품은 이 기간 660원에서 1460원으로 121% 상승했다. 공정위는 기존 규정대로라면 과징금 총액이 390억원이지만 강화된 새 규정을 적용해 과징금이 160억원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제강사들 13차례 담합…침대 스프링값 120% 뛰어
10곳 시장점유율 80% 넘어…분기말 정기적으로 연락해 합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제강사는 2016년 2분기께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자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2013~2015년 강선 제품 가격이 지속 하락해 낮은 가격에 익숙해진 에이스침대 등 수요처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선 제품은 유사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가격 비교와 구입처 변경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정창욱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격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평균 80%를 웃돌았다”고 설명했다.구체적으로 이들 업체는 영업팀장 모임이나 전화 연락을 통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유지했다. 강선 제품의 원자재인 선재를 생산하는 포스코는 원료값 추이를 반영해 분기별로 가격 변동폭을 협상한다. 이에 10개 제강사는 분기 말 정기적으로 연락해 가격을 합의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는 이를 기회로 공동으로 가격을 올렸고, 원자재 가격이 변동이 없을 때도 추가로 가격을 함께 인상하거나 내리지 않기로 했다. 경쟁을 줄이기 위해 다른 회사에 영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선 제품 가격은 이들의 담합 기간(2016년 4월~2022년 2월)에 작게는 37%에서 크게는 121% 뛰었다. 강선 제품의 일종인 피아노선은 2016년 3월 ㎏당 1490원에서 지난해 2월 2050원으로 37% 상승했고 농자재용 도금선은 같은 기간 1050원에서 1700원으로 62% 올랐다.공정위는 이번 제재에 2021년 12월 개정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당시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 기준을 관련 매출의 최대 10%에서 최대 20%로 늘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규정대로라면 5%가 적용됐을 과징금 부과율이 이번 사건에서는 7%가량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만호제강이 16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홍덕산업이 133억원, DSR제강이 104억원 등이었다. 대강선재는 담합 기간이 짧은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에 대해 “강선 시장에서 관행처럼 장기간 지속돼온 담합을 근절하고 강화된 과징금 기준을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