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관련 정부위원회서 양대노총 힘빠지나…"추천권 확대 추진"(종합)

노동부 "산재심의위 근로자위원 추천자격 '총연합단체'에서 넓힐 것"
최저임금위 구성도 변경될지 주목…양대 노총 "개정안 폐기해야" 반발
고용노동부가 산하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이 사실상 추천을 전담했던 근로자 위원을 다른 단체 인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앞서 다른 부처 일부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추천이 배제된 데 이어 노동 관련 위원회에서도 양대 노총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 있어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산업재해 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이하 산재심의위)의 구성을 변경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곧 입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산재심의위는 산재 보험료율 결정, 산재예방 기본계획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이다.'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근로자 위원 5명, '전국을 대표하는 사용자 단체'가 추천하는 사용자 위원 5명, 공익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근로자 위원 5명은 한국노총 추천 3명과 민주노총 추천 2명이다.

당초 노동부는 전날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을 '근로자 단체'로, '전국을 대표하는 사용자 단체'를 '사용자 단체'로 확대하는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실무자의 실수"라며 취소했다.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령안 문구를 아직 검토하는 중이었는데 실수로 게시됐다"며 "다만 개정 취지는 그대로여서 (표현이) 결정되는 대로 다시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개정의 이유로 "추천 단체가 제한돼 있어 소수의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원 임명권을 가진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같은 위원이 계속 연임하는 등 다양하고 능력있는 전문가 진입이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노사 요구가 반영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 통로를 마련해 소수 노사단체가 아닌 다수의 근로자와 사용자의 의견을 대변하고 약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양대 노총에도 추천권이 주어질 것이기 때문에 양대 노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현행법에서 근로자 대표 추천권을 총연합단체로 규정한 것은 총연합단체 정도는 돼야 전체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단순 '근로자 단체'로 추천권을 확대하면 우후죽순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고 정부는 그 중 우호적인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양대 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상은 어떻게든 양대 노총의 사회 영향력을 축소하고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배제하려는 표리부동의 전형"이라며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부 소속 다른 위원회에 대해서도 이 같은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역시 양대 노총 추천 인사들로만 근로자 위원이 이뤄졌던 최저임금위원회도 내년 4월부터 일부 위원의 임기가 끝나 내년 2월 무렵부터 추천 작업에 들어간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현재 많은 정부위원회에 노사단체가 참가 중이지만, 일부 총연합단체가 참여권을 독점하거나 과다 대표되고 있어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청년, 플랫폼 종사자, 미조직 근로자 등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위원회를 개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참여 확대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어온 바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사 법치주의' 확립 내세우는 과정에서 노정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서 지난 5월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양대 노총을 배제한 바 있다.양대 노총은 내달 11일 서울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