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이스라엘 편들자…불타오르는 중동 '반미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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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라크 이집트 터키 오민 등 군중들 거리로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지지 메시지를 내자 이슬람권 각국에선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정치적 압박은 물론 확전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NYT "병원 참사와 별개로 이스라엘이 더 많은 민간인 사망 초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 앞에서 군중들이 "미국은 악마"라고 외치며 돌을 던지고 주변 건물에 불을 지르며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격력한 시위가 벌어져, 레바논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간신히 막아냈다. 중동 지역에선 하마스를 노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희생되자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반감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가자 병원 참사가 벌어지자 군중들은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졌다. 이날 이란의 테헤란과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등 중동 곳곳에 수 만명이 모여 '이스라엘에 죽음을' 이란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만과 모로코 바레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선 시위 도중 두 명의 10대 청소년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후 이슬람권 주민들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하며 가자 병원 참사는 이스라엘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지만, 반감은 여전하다. 이슬람권 대중의 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가 과도하게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자 병원 참사에 대한)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폭격해 하마스보다 훨씬 더 많은 민간인을 죽인 사실은 변함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요르단 암만을 찾아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사고로 회담이 무산됐다. 가자지구에 발이 묶인 500~600명의 미국 시민들을 탈출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8시간이 안 되는 일정에서 내세울 만한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