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인상 자제령…총선 앞두고 물가 군기 잡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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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 들썩이자 기업들 또 소집
국제 원당가격 급등…과자·빵 등 도미노 인상 우려
"더 이상 못버텨" 주류업계도 소주가격 고민
○"슈가플레이션 막아라" 설탕 값 인상 자제령
식품업계에선 정부가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가격의 도미노 인상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설탕가격이 오르면 과자, 빵, 음료수 등 가공식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파운드(lb) 당 18.3센트에서 최근 27.03센트로 1년만에 47.7% 급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국제 설탕가격 동향 및 전망'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제당업체는 6~7월부터 설탕가격을 인상한 바 있고, 약 4~5개월분의 재고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설탕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문구에 대해 기업들은 사실상 "추가로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설탕 및 원당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부처와 협의해 내년에도 할당관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주가격 고민 빠진 주류업계
소주 원재료인 주정 가격은 2년 연속 크게 올랐다. 주정 가격은 지난 4월 평균 9.8% 인상됐다. 주정 가격은 소주 원가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2월 10년만에 7.8% 오른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기에 소주 공병 가격도 지난 2월부터 기존 180원에서 220원으로 약 22% 인상됐다. 소주 업계는 과거 주정 가격이 인상 후 1~2달 뒤 가격을 인상했는데 올해는 인상을 반년 넘게 보류한 상태다.
실제 소주의 출고 가격이 오르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인상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통상 주류 업체가 100원 안팎으로 출고가를 올리면 음식점은 소주 판매 가격을 1000원가량 올리는 경우가 많다.이미 오비맥주는 지난 12일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서울 시내 일반음식점은 맥주 가격을 6000~7000으로 올린 상황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현재 소주 한 병 가격이 5000원 내외라는 점에서 ‘소맥(소주+맥주) 1만원’이 깨진 것이다.
○치킨 등 외식업계도 불똥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당 1690원이던 생계 시세가 올해 최고 3190원으로 88.8%가량 올랐다. 올리브유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톤당 약 3000유로에서 현재 약 1만유로로 약 3.3배 급등했다.
올 상반기 유통·식품기업의 실적은 대부분 부진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3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6.4%, 대상은 35.9% 각각 감소했다.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한훈 차관 주재로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 한 차관 주재 물가 안정 간담회 개최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식품업계와 만나는 것이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SPC, 동원F&B, 오리온, 풀무원 등 16개 기업의 대표, 임원 등이 참석한다.
하수정/송영찬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