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과기의전원 설립 속도 붙는다

尹 대통령 "의과학 분야 키우는 의료인 양성" 강조
'카이스트·포스텍·지스트' 등 본격 추진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의과학 분야 인재 양성 의지를 밝히면서 과기특성화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회의를 주재하면서 "임상의사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 양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쉽게 말하면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기세포치료제, 인공장기, 유전자검사,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산업과 의료 분야의 최신 연구와 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한해 졸업생 4만5천명 중 3.7%가량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매년 1천700명가량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되는 이들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모집정원이 3천58명이므로 3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첨단의학 기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등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의대 정원 확대를 계기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의 대표적인 과기특성화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등의 의전원 설립 추진에는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을 세워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혔다.

카이스트는 2004년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현재까지 의사과학자 184명을 양성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과기의전원을 설립해 의료 전문 데이터공학자, 인공지능(AI) 전문가, 신약개발자 등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 학생을 모집해 4년간의 석사 과정에서 기초 임상과 공학을 가르치고, 4년간의 박사과정을 통해 심화 학습 과정을 밟게 할 계획이다.

포스텍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50명 정원의 의전원을 설립해 8년짜리 의학·공학·임상 복합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900병상의 대학 부속병원을 민자로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지스트도 30∼50명 정원의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한다.

지스트는 2008년 의생명공학과를 설립해 관련 연구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의사과학자 졸업생의 95%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별로 과기의전원 설립 의지를 밝힌 가운데, 정원을 포함한 설립 요건 등 구체적인 행정 절차는 부처 간 논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의전원은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환하는 형태였는데, 과기의전원은 기존 의전원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될 것 같다"며 "정원 등 구체적인 조건은 다른 부처 및 대학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