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합원 지지 못 받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전체 조합원 중 59%만 찬성
"노조 간부 '113일 결근' 창피"

곽용희 경제부 기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파업을 결의했다. 이대로라면 다음달 9일부터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된다. 노조는 사측의 인력 조정 계획안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공공 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며 철회하라는 요구를 내세웠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파업 찬반투표의 찬성률이다. 투표 인원 대비 찬성률은 73.4%를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투표권이 있는 전체 선거인(노조 가입자) 대비 찬성률은 59.5%에 불과하다. 파업 지지의 뜻을 명확하게 표현한 노조 구성원이 절반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는 뜻이다. 2021년 공사 노조가 강행한 파업에서 찬성률은 81.6%, 지난해 11월 총파업 찬성률이 79.7%였다. 갈수록 찬성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쟁의권’은 간신히 획득했다지만 공사의 양대 노조가 연대해 주도한 파업임을 감안하면 계면쩍은 수치다. 최근 파업 투표를 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92%, 기아 노조도 82.5%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파업에 대한 내부 지지가 약해진 것은 최근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들이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오남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노조 간부는 타임오프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데, 양대 노조 일부 간부는 정상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날에도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제1노조 핵심 간부는 지난해 정상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113일 중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회사는 해당 간부를 대상으로 면직 등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이 일반 조합원에게 업무를 떠넘긴 셈이 되면서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노조 간부는 여론의 비판에도 연차를 몰아 쓰며 끝까지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에서 조사 나오면 간부들이 출석했다고 말하라”고 동료들에게 요구한 노조 간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공사의 직원 게시판에는 “국민들 보기 창피하다” “노조원이 호구냐”며 노조 정상화를 요구하는 댓글이 대거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쟁의행위는 근로의무의 성실한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인력 부족’을 주장하는 이번 파업에선 더욱 그렇다. 모범이 돼야 할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를 바라보는 일반 조합원과 시민의 눈길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동력이 떨어진 파업을 밀어붙이는 고집이 아니라 자기반성이다.